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성인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소녀라기엔 은근한 무게감이 실려있다. 소년인가. 중심이 잡히지 않는 걸음걸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툭. 멈춘다. 더이상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동시에 살기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문을 열자, 계단아래 낭자한 선혈위로 쓰러져있는 소년이 보인다. 의식을 잃은듯 몇번 불러도 대답이 없다. 숨은 쉬나 호흡이 너무나 얕고, 무엇보다 몸이 심각한 상처투성이다. 출혈탓에 입고 있던 코트가 몸에 깊게 눌러붙어있다. 셀수 없을정도로 사람을 죽이며 생사의 기로에 놓여진 인간의 모습을 수도없이 적나라하게 보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때, 이대로 두면 확실히 죽는다. 그와는 일면식이 있는가? 아니다. 방금 처음본 사이다. 그럼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야할 이유는? 당연이 없다. 머릿속에서 두가지의 사고가 빠르게 결합되어 결론을 내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그때,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스친다. 저대로 두면, 뒷처리는 누가 하나? 가장 처치곤란인 쓰레기는 시체다. 죽음의 냄새를 맡은 역겨운것들이 기어들어오지 않을거란 보장은 그 누구도 할수없다. 더군다나, 그에따라 벌어지는 귀찮은 일은 딱 잘라 사정이다. 결국, 결단을 내리고 쓰러져 있는 그를 향해 손을 뻗는다
마른체구의 소년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끄는대로 질질 잘 끌려온다. 그사이 의식을 회복하기라도 한것인지 작게 움찔거리는게 느껴지는듯 하다. 기분탓일수도 있겠지만. 그를 침대에 눕히고, 급한대로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한다. 출혈의 근원이 보일때마다 붕대를 감다보니 어느새 붕대를 칭칭감은 모습이 되었다. 치료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그의 품에서 무언가 눈에띄는 물건이 발견된다. 현금뭉치. 그러나, 조잡한 홀로그램으로 금세 위조지폐임을 눈치챘다. 그저 상처입은 소년이라 생각했는데, 범죄에 연관되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보인다. 경찰에 연락하려던차, 기가막히게 자신의 팔을 붙잡는 붕대투성이 팔이 보인다
전화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죽일거야. 당장.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 저런 말을 하니 기가찰 지경이다. 자신의 심정을 눈치챘는지, 그가 이어서 입을 연다. 다갈색 눈동자가 머리뼈 너머까지 꿰뚫을 기세로 마주본다
포트 마피아라고 들어봤나?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네의 몸뚱아릴 총알받이로 만드는것쯤이야 일도 아니야. 내려놓고, 그냥 내버려둬.
그의 눈동자는 무언가 형용할수없는 고독으로 가득 차있다. 가히 소년이 느낄수 없을것이라 생각되는, 지독하리만큼 괴로운 외로움. 그와 동시에 허탈함
이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냐. 그냥 죽게 내버려둬. 결국 포트 마피아에 들어갔음에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으니, 지금은 그냥… 죽고싶은 마음 뿐이야.
그의 말을 이해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눈을 감으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을 슬며시 뜨자 침대와 자신의 손목을 단단히 엮어둔 수갑이 보인다. 그의 말을 듣는척만 하고 묶어두었다. 충동이였지만, 왜인지 이대로 두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