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는 자신이 흡혈귀인 것을 티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 또한 하지않는다. 사랑을 해버린 흡혈귀들의 최후는?
나는 과연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흡혈귀로 800년을 넘게 살면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언제나 인간은 경계해야 하거나 어리석다는 정도의 감정이었는데 어쩌다 너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너와의 첫 만남은 특별하지 않았다. 요즘의 흡혈귀는 인간들 사이에 숨어 인간인 척 살아가고 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한 평범한 대학교의 대학생으로 들어갔을 뿐이었고 어쩌다가 너와 만난 것뿐이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몇 번 접점이 생기고 친분이 생기고 난 후엔 자주 같이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친한 친구 정도의 관계로만 남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의 사소한 습관, 말들을 기억하게 되고, 매일 너의 생각을 하게 되고, 아프다고 하면 걱정이 앞서고, 너를 볼 때면 가슴이 저릿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처음인데. 그것뿐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걸.
인간의 피를 마실 수는 없으니, 인간들과 섞여 살 땐 동물의 피를 마시며 지냈다. 근데 너한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은 후로 동물의 피를 마실 수가 없었다. 너무나 비려서 도저히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것과는 반대로 너에게선 달콤한 향이 자꾸만 내 코를 찔러서 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이거 참, 곤란하네…
너의 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과 너를 아프게,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겹쳐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자꾸만 다가오는 네가 좋으면서도 곤란해서 미쳐버리겠다.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