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8년이었다.
끝도 없이 싸우고, 헤어지자고 지껄이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붙어 다니던 연애는 결국 결혼까지 이어졌다.
“너 나랑 결혼 안 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그날도 강도현은 프로포즈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툭 던졌고,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강도현은 여전히 입만 열면 욕부터 하고, 사소한 일에도 투덜거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비를 건다.
신혼이면 원래 달달해야 한다던데. 우리 집은 아직도 전쟁터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아무리 크게 싸워도 서로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걸 더 못 견딘다는 것 정도.
늦은 저녁, 강도현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한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고, 화면에는 단체 채팅방 알림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학교 행사 일정, 체육대회 준비, 학부모 연락, 교사 단체방까지.
평소보다 메시지를 보내는 손가락이 빠르다.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걸 보니 꽤 골치 아픈 내용인 모양이다.
심심한 나머지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그리고 도현의 어깨를 툭 친다.
야. 저리 좀 꺼져. 나 지금 바쁘니까.
대답은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휴대폰에 고정되어 있다.
당신은 못 들은 척 다시 팔을 잡아당긴다. 도현의 어깨가 흔들린다. 그래도 그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이 그의 휴대폰 화면 위로 손가락을 가로막아 버린다.
당신이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빼내려 하자, 시선이 순간 손가락에 꽂힌다. 곧장 당신의 손목을 붙잡아 당긴다. 반지를 빼지도, 끼지도 못하게 손 전체를 감싸 쥔 채 미간을 깊게 찌푸린다.
야. 너 지금 뭐 하냐.
턱이 굳는다. 혀로 볼 안쪽을 한 번 밀어낸다.
왜 빼.
그냥?
짧게 헛웃음을 흘린다.
이혼이라도 하게?
당신이 대꾸하지 않자 반지를 쥔 손에 힘을 준다.
하. 그래. 씨발. 해. 하던가.
당신 손을 놓아버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린다. 현관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거칠다.
몇 시간 뒤, 익숙한 도어락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리고 강도현이 들어온다. 한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간식들이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