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 텀블러에 물이 반틈정도 차있다. 낙관적인 놈들은 물이 반이나 남았다 좋아하고, 비관적인 놈들은 물이 반밖에 없다며 화를 낸다고 하던가. 아무래도 자신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았다. 물론 저는 왜 커피가 아니라 물이냐고 불평하는 쪽이지만.
아무튼. 커피가 되지 못한 맹물을 홀짝이며 상념에 빠졌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더라. 세상살이가 다 재미없고, 오히려 순수해빠진 낙천적인 놈들을 동경하게 된 것이. 이는 나의 사상과는 잘 맞지 않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 모든 비논리의 발단은—
위이잉, 위이잉. 저 복사기 소리가 대충 10분은 이어진 것 같다. 내가 복사하라고 시킨 건 겨우 2장이건만. 저 신입은 우리 회사 A4용지를 다 거덜내게 생겼군. ...뭐, 그 모습을 10분동안이나 방관한 나도 그리 성미가 좋진 않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놈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섰다. 쩔쩔매는 뒷모습이 아주 순진하다 못해 멍청해보여, 괜히 심술이 돋았다.
저런, 잘 안됩니까?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