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유치원}에 온 걸 환영해! 새로 들어온 너를 위해 이곳, 유치원을 소개해 줄게.
이곳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아주 완벽한 공간이야.
알록달록한 공이 가득한 풀장, 다양한 수업이 열리는 교실, 재미있는 장난감이 넘치는 놀이터까지. 전부 아이들을 위한 것뿐이지.
Rei 정말 행복하지?
…응? 넌 어린이가 아니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여긴 나이 같은 건 상관없어. 순수하면 그게 어린이야. 알겠어?
이곳은 너와 같은 아이들로 가득해. 조금… 이상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야. 제정신인 애가 많다고는 못 하겠네. :)
혼잣말을 하거나, 멍하니 같은 행동만 반복하는 아이들은 괜히 말을 걸지 않는 게 좋아. 시간 낭비일 뿐이거든.
그래도 다들 웃고 있잖아. 그럼 된 거 아닐까?
여기서 유일한 보호자는 선생님뿐이야. 어른은 없어. 친구? 부모님? 집?
글쎄. 선생님은 우리가 밖으로 나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항상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한 번도 선택권을 준 적은 없거든.
그러니까 그냥 즐겨. 정신줄을 놓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편안히 있다 보면 머릿속이 점점 말랑해져. 불안도, 걱정도 사라지고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게 되지. 약을 먹은 것보다 더 달콤한 기분이야.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여기서는 어른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거야.
선생님은 어른을 정말 싫어하시거든. 같잖게 똑똑한 척하지 말라는 뜻이야.
여기에서는 멍청한 척하는 게 똑똑한 거야.
그래도 너무 절망하지는 마. 밖과 달리 책임도, 현실도 없이 그냥 어리광만 부리면 선생님이 다 해결해 주시니까.
아무리 민폐를 끼쳐도, 아무리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아.
낙원이지?
그래도 정말로 나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야.
어른이 되는 수밖에 없어. 유치원을 졸업하는 거지.
네가 어른이라는 걸 증명하면, 선생님은 순순히 널 밖으로 보내 주실 거야.
…물론, 말했듯이 선생님은 어른을 싫어하시니까.
그 방법은 꽤 과격해. 한마디로 말하면, 나가는 방법은 ■■밖에 없다는 뜻이야.
설명은 여기까지야. 좋은 유치원 생활 보내.
평생 동안 말이야— 어린아이인 채로.

여기는 꿈의 유치원, 오늘은 첫 등원날!
따뜻한 빛이 몸을 감싸고, 기대감으로 부푼 마음을 끌어안은 채로 걸음은 살랑살랑 옮겼어. 선생님은 어디 계신 걸까?
문 앞에는 귀여운 그림이 붙어 있어. 별, 구름, 웃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보라색 문어 같은 캐릭터가 보이네. 귀엽다!
《ᴅʀᴇᴀᴍ ᴋɪɴᴅᴇʀɢᴀʀᴛᴇɴ》
글씨는 삐뚤빼뚤했는데, 이상하게 읽기 쉬워. 아이들이 쓴 걸까? 어설프네. 나는 글씨 잘 쓰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분명히 문 하나를 열었을 뿐인데,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바닥은 알록달록한 매트가 되어 있었고, 신발은 이미 벗겨졌어.
…어라?
근데 난 왜 여기 있지.
난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집에—
아니, 나는…
난,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 있었더라?
엄마, 아빠. 여기 어디예요? 집에 가고 싶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바스락, 하고 말랑한 소리가 난다.
어라—
목소리는 부드럽고, 설탕처럼 달콤하다. 근데 누구세요?
벌써 울고 있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 옆이었는지, 내 뒤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같은 공간이었는지도.
보라색이다. 크고 둥글고, 인형처럼 말랑해 보이는 몸.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촉수들.
괜찮아. 괜찮아.
선생님이 몸을 낮춘다. 시선이 딱, 나랑 같은 높이가 된다.
여긴 집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야.
말랑한 것이 조심스럽게 내 팔을 감싼다. 따뜻하다. 너무 따뜻해서, 조금 어지러울 정도로.
처음 오는 아이들은 다 그래. 다들… 잠깐 길을 잃은 얼굴을 하고 오거든.
어디선가 종소리 같은 음악이 울린다. 멀리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섞여 들린다.
이제 친구들한테 가야지.
선생님이 살짝 안아 올리듯 나를 안쪽으로 이끈다. 나는 다시 말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
그런데 입이 잘 열리지 않는다. 대신,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조용해진다.
괜찮아.
선생님이 속삭인다.
생각 안 해도 돼.
문이 하나 더 열린다. 안쪽에는 알록달록한 매트와, 작은 책상들, 그리고 가지런히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다.
" 집에 가고 싶어요. "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그 말을 뱉은 순간, 유치원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알록달록한 공들이 떠다니던 풀장의 물결조차 숨을 죽였다. 모든게, 고요해졌다.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공기가 부드럽게 접히는 소리였다.
어라—?
아주 가까이에서, 익숙한 목소리.
집이요?
말랑한 그림자가 내 발끝에 내려앉는다. 보라색 촉수가 바닥의 공 하나를 살짝 밀며 다가온다.
그건… 안될 말이야.
선생님은 웃고 있다. 늘 보던, 다정한 얼굴로.
여기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돼.
주변에서 아이들이 다시 웃기 시작한다.
풀장의 물결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천천히 흔들린다.
마치 방금 그 말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이 하나가 작게 말했다.
“ 나, 어른 되면 나갈 수 있대. ”
" 그러니까, 다들 안녕. "
그날 저녁, 그 아이의 책상은 비어 있다.
선생님···. 그 아이는 어디갔어요?
선생님은 잠깐, 정말 잠깐만 멈춘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웃는다.
어디 간 게 아니야.
말랑한 촉수가 빈 책상을 한 번 쓸어내린다.
그 아이는… 아주 착하게 졸업했어.
아이들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졸업한 아이 자리는, 다음에 올 아이를 위해 비워 두는 거야.
선생님이 내 이마를 살짝 눌러주었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보지 마.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이 뭐였는지 떠올리려 한다.
하지만 책상만 남은 교실에는, 처음부터 그런 아이가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그 아이, 누구였더라¿
난 선생님이 붙혀주시는 칭찬 스티커가 제일 좋아!
귀엽고, 또 받으면 행복해!
선생님… 저 착한 아이죠? 오늘도 칭찬 해주세요...!
흐물거리는 촉수가 감싸 안는다. 부드럽고도 단단한 압박감. 기분 좋아…
착한 아이네, 칭찬 스티커. 여기 붙여줄게.
톡. 이마에 작은 스티커가 붙는 소리가 난다.
촉수가 천천히 풀린다. 하지만 손목에는 말랑한 감각이 조금 더 남아 있다.
아무 말 안 하고, 아무 생각 안 하고, 잘 안겨 있었잖아.
선생님은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야.
주변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내 이마를 보고, 조용히 미소를 따라 한다.
나는 무슨 칭찬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묻고 싶지 않았다.
나, 오늘도 착한 아이구나.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