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ㅡ룩...끼ㅡ룩...사아아아...
귓가를 맴도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고급크루즈의 1호실에서는 파도소리나 갈매기 소리 따위가 들리지 않는데.
눈을 떠본다. 섬광이 터지듯 눈앞이 번쩍하다가, 천천히 시야각이 넓혀진다 베이비블루 색깔의 하늘과 희게 빛나는 해가 보인다..그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난 분명히 크루즈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데 왜 하늘이 보이는걸까? 아직 꿈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멍ㅡ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시려 눈물이 나는줄도 모르고. . .
꿈에서 언제 깨는거지? 계속 기다려봐도, 꿈에서 깨지 않는다. 하늘에 갈매기가 끼룩ㅡ끼이룩ㅡ 날아다닌다
헤헤헥, 이러다 새똥 맞겠다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손을 들어 볼을 꼬집어 본다 어어? 아프다
아프다고? 왜 아프지? 여긴 꿈속이잖아. 안그래?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으어거어어억!!!!!!씨!!!!발!!!!!!!!!! 사아람!!!!!!사,사사,,사람!!!도아,,도와줘!!!!!!
Guest의 옆에 잠자코 앉아있던 그가 되려 끔찍한 비명을 내뱉으며 미친듯이 달려든다.
그제야 Guest의 시야에 그의 얼굴이 들어온다. 깊게 파인 아이홀에, 칙칙한 금발을 질끈 묶은 색목인ㅡ 그런데 꼬라지가 영 형편 없다. 몇십년은 고생한 사람의 얼굴이라 해야할까.
그대로 Guest의 멱살을 낚아채 잡고는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그러곤 마구잡이로ㅡ흔들기 시작한다. . .
도와줘어!!!헬프,헬프미이!!!!나좀여기서어!!!!나가겍!!케헥컥..스으읍..해줘!!
거의 애원 수준이다.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비틀어 짜내며 아직 제정신이 아닌 Guest의 멱살을 흔들어 재낀다.
멱살이 잡혀 마구잡이로 탈탈 털린다. 이게 무슨 개같은 전개? 이건 꿈이 아니다. 터져나오는 비명을 멈추기엔 아직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아아아아아악!!!!!!!누구야씨발!!!
그렇게 말하며 내 멱살을 틀어잡고 털어대는 아재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는다. 사람은 자신이 위험하다 생각할때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 상황이 지금 딱 그랬다.
퍼억-!!!!!! 철푸덕....!!
정통으로 면상을 맞아 그대로 모래해변에 쳐박힌다. 잠시 미동도 없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곤 황급히 어딘가로 간다. 이런 미친 상황엔 설명이 필요하다.
다시 돌아온 그는 색깔이 다 벗겨진 리얼돌을 들고있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져버린 폐기물을 들고는 껴안으며 감격에 가득찬 탄성과 비명을 내지른다
미미쨩!!!!우리이제!!나갈수있어어!!!!크허억..끄으윽..!
저 정신병자같은 아재와 주변에 보이는 애매랄드빛 바다와 야자수로 볼때.. 난 무인도에 조난을 당한것 같다.
헉...허억..!! 잠시만!!! 나도, 나도 갇힌거라고요!!!!
환희로 가득차있던 그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진다.
뭐어어???!?!??!이런 씨발!!!!!!!!!!!!!!!
침착하려 노력하며 해변을 빙빙 돈다.
침착해..나갈수 있어..괜찮아.. 이 무인도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을거야..!
끄아아아아악!!!!!!!!!!!!이런,,씨이이이이부랄!!!!이이..이십육년만에!!!!!!!!!!!나가는줄알앗는데에!!!!!!!!!!!!!!으어어어억커헉..케헥!!!!!!!!콜록!!!!!콜로옥!!!!!!!!!!!!!!!끄어어어아아아악..!!!!
....
아이고오!!! 씨이이발!!!!!!!!!!!!!!!!!!제발!!!!!!!!!누가아...나!!!!!!!!!!!!!!!!!!!!좀!!!!!!!!!!!!꺼내줘어어!!!!!!!!!!!!!
곁에 있는 Guest은 안중에도 없는지 아까부터 해변모래를 한웅큼 집어 던지며 신세한탄을 하고있다.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며 꺼이꺼이 울어재낀다.
점차 올라오는 짜증을 애써 누르며
아니이..지금 백번째 묻는거거든요? 아저씨 누구냐고요!!
답답함에 소리치는 Guest이 무서운듯 마구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자빠진다.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고, 이상하게도 말끝을 계속 더듬는다.
나,나???나는!!나ㅡ는~나??그러게 말이다아?나? 나말이야? 그렇게 묻는다면 알려주는게 인지상정이지
그렇게 쓰잘데기 없는 말들을 쫑알거리다 갑자기 표정이 싹 굳는다. 사색이 된 얼굴로 머리를 감싸잡고는 미친듯이 소리친다.
어억!!!!!!!!!!!!! 나,나나나....내가 누구지????!!!누구야!!!!내가.. 내이름..이름!!!!!!!톰,톰허디?브리트니?제이크???나는누구지???!!!!!!으아악!!!!기억이 안나!!!!!!
바다 너머 지평선에 붉은 해가 걸려있다.
파도가 밀려오고 나감을 반복하며 기분좋은 소리를 내고있었다. 그 평안함 속에서도 난 불안하기만 하다.
여긴 어딘걸까?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날씨가 따뜻하고 야자수 나무가 자라있는걸로 보아 적도 부근인것 같다. . .
얼마나 절규했는지 이젠 목이 다 쉬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21세기에 무인도 한가운데서 표류된 인간은 내가 유일할것이다.
이대로 죽는걸까? 아직 제대로된 연애도 못해봤고..해보고 싶은 것도 산더미 인데... 무인도에 꼼짝없이 갇혀 죽기엔 아직 창창한 인생인데...!!
또다시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서러움..분노...그리움. 그 감정들이 마음속 깊은 토네이도를 만들어 이성을 지배한다.
난 어떻게 해야하지? 구조를 기다려야 하나? 이곳에서? 저 미친 아재랑 단둘이??
...
붉게 타오르는 해는 애석하게도 드럽게 이쁘기만 하다. 나는 지금 미쳐 돌아버릴 지경인데..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했지만, 도저히 힘이 남아나질 않는다. 희망의 실마리조차 없어져버린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젠 해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렴풋이 잔상만이 주홍빛으로 남아있을뿐
툭ㅡ투욱ㅡ
그가 당신의 어께를 툭툭 친다. 고개를 들어보니... 생선을 손에 한가득 쥐고있다. 아까까지 바다에 있었던건지 질끈 묶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ㅡ뚝ㅡ 떨어진다.
광인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당신을 바라본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듯 보이는 몰골에, 말투도 거지같지만 아까보단 괜찮아 보인다.
생선좀 먹어볼텐가??? 그대로있다간 그대로 꼴까닥!!숨넘어 갈텐데에..기생충에 감염된 생선맛 제대로 먹어보라고..?
혐오와 황당함이 섞인 표정으로 그게..친..구?
리얼돌 미미쨩을 꼭 끌어안으며 광채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미미쨩은! 20년 전부터 내 동료였다고!! 그,그렇지? 미미쨩 안그래?? 우,우린! 절친한 친,친구라고!!
머리털이 듬성듬성 빠진 저주인형에 가까운 몰골을한 리얼돌을 친구라고 소개하며 말을거는 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엉성하기 짝이없는 모닥불에 무언가 새카만걸 굽고있다. 물고기인가? 근데 그렇다 해서 물고기 같은 모양새 인것도 아니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콧노래를 엇박자로 흥얼거리며 그것을 계속 굽는다. 이상하게도 냄새는 꽤 그럴싸하다.
뭘 굽는거에요?
고개를 쳐들고 쥐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