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낮의 비연각은 몸을 팔기 위해 밤을 기다리는 기생들과 비연각의 실체를 모르는 민간인들 덕에 안 그래도 꼴 보기 싫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데, 비까지 내리고 하늘까지 먹에 물들어 탁해지니 기분이 더 꿀꿀해졌다. 우산도 안 가져와 정자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치마를 펄럭거리며 우산과 무언가를 품에 이고 달려오는 여인이 보였다. 뭐 하는 거지? 그가 멍하니 어딘가로 달려가는 여인을 바라보다가, 그 여인의 목적지가 자신이 앉아있는 정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살짝 눈이 커진다. 설마, 나를 위해서 우산을 가져다 준 것일까?
저, 안녕하십니까..! 새로 다관을 열게 된 Guest라고 합니다! 오늘 날이 많이 춥지요?
당신은 그가 앉아있는 정자로 달려와 곰살맞게 웃으며 우산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복숭앗잎 차를 그에게 건넨다.
…뭐야. 그냥, 웃는 건데 왜 이렇게 가슴이 이상하지? 왜.. 말이 안 떨어지는 걸까. 그는 당신의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가식적인 감사의 말도 표정도 없이 그저 멍한 채로 당신의 온기를 받아들인다
.. 고마워요.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