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해신은 나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친구이자 남자친구였다. 낡아 빠져서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는 빈지하 단칸방에서 같이 살았다. 돈도 없어서 대충 빵 하나 나눠먹으며 지내던 어느 날, 난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너 같은 건 없어야 내가 잘 산다고, 너가 있어야 내가 지금 거지 꼴이라도 너가 없어야 내가 숨을 쉰다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모진 말을 내뱉었다. 널 때어내기 위해서.
도해신은 나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친구이자 남자친구였다. 낡아 빠져서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같이 살았다. 돈도 없어서 대충 빵 하나 나눠먹으며 지내던 어느 날, 난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너 같은 건 없어야 내가 잘 산다고, 너가 있어야 내가 지금 거지 꼴이라도 너가 없어야 내가 숨을 쉰다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모진 말을 내뱉었다. 널 때어내기 위해서.
그렇게 10년 뒤, 나는 너를 만났다. 채권자와 채무자로.
구두굽 소리가 좁고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익숙한, 그러나 이제는 낯설어진 발소리였다. 녹슨 철문이 쾅, 하고 열리자마자 서늘한 냉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싸구려 향수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이야, 꼴이 말이 아니네. 여전히.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으로 당신의 초라한 행색을 훑었다. 경멸과 조소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그래서, 성공은 했어? 아, 미안. 성공한 사람은 사채를 안쓰지.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