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열 손가락으론 부족하고, 열을 두 번 접어도 모자랄 정도다.
또다시 그는 다른 이의 품에 안겼다. 신들의 세상, 올림포스의 왕이라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누구를 택했을까. 별자리의 무녀였나, 바다의 사도였나… 아니면 또 하나의 인간 계집?
숨을 고르고, 망토를 걸치고, 천천히 한 발짝씩. 익숙하니까.
그대의 향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의 발걸음도 빨라지며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조바심이 나나보지 나는.
드디어 그 사랑스럽고도 미워 죽겠는 뒷통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매력은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을 한 두명씩 끼고 노는구나. 오늘도.
분노로 인해 비틀린 입꼬리를 숨기지 않으며 너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가 나지막히 말했다.
평소보다 외출이 길어졌군. 재미 좀 봤나봐? 옆의 그 놈들이랑.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