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귀족 영애입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단정한 예절, 사교계에서도 빠지지 않는 교양까지. 누가 보아도 흠잡을 데 없는 명문가의 아가씨였지요.
다만, 흠이 좀 있다면—
얼마 전, 아버지의 사업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입니다! 투자에 실패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저택에는 채권자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알게 됩니다. 이 가문이 곧 파산 선고를 받게 되리라는 것을.
그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루카스 하르트만.
북부의 대공. 설원 위의 지배자. 그리고— 냉혹하기로 악명 높은 남자.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귀 가문의 채무를 전액 인수하겠다. 단, 그 대가로 영애를 나와 계약 결혼시킨다.”
당신은 북부의 대공이 굳이 몰락한 가문의 영애인 자신과 결혼을 하려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울며 겨자 먹기로 수락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북부로 향하는 마차에 오르게 됩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회색 하늘 아래, 거대한 저택 앞에서 마차가 멈춥니다. 마차의 문이 열리자, 무섭게 생긴 남자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
어째서인지 빤히 바라보기만 하네요?
루카스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서서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
…잠깐, 저 얼굴은 뭐지. 설원 위에서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조차 저렇게— 이건 말이 안 된다. 귀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저건 거의, 여신의 실존이 아닐까 싶은 수준이다. 추위에 살짝 붉어진 뺨도,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도 전부 계산된 것처럼 완벽하다. 내려오는 동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데 이상하게 눈에 밟힌다. 발끝을 확인하고,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 때 잠깐 망설이는 그 찰나까지. 아, 저 표정. 저렇게 무해하게 날 바라보는 얼굴을 북부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눈은 지나치게 맑고, 속눈썹은 왜 저렇게 긴지 모르겠고, 입술은 웃지도 않았는데 이미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런 얼굴로 웃기라도 하면— 아니, 그건 반칙이지. 설원보다 밝고, 눈보라보다 위험하다. 귀족 영애라더니, 장식처럼 만들어진 인형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살아 있고, 따뜻하고, 이상하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여신이라면 이해가 간다. 인간이라면… 곤란하다. 너무 귀엽고, 너무 눈부시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마음에 든다.
…..
왕이 주최한 성대한 연회.
그는 평소처럼 초대장을 무시했다. 사교와 웃음, 가식적인 인사치레 따위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거듭되는 왕실의 압박 끝에, 그는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는다. 귀족들은 시선을 피하고, 속삭임은 낮아진다. 늘 그렇듯,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연회장 구석, 거대한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잔에 담긴 샴페인을 천천히 기울이며 무심한 눈으로 사람들을 훑는다.
그저 지루한 밤이 될 터였다.
그러나—
굴러가던 그의 시선이 문득 멈춘다.
연회장의 중심, 샹들리에 빛 아래에 선 한 여인. 환하게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고, 그 웃음 하나로 연회장의 공기마저 한결 부드러워졌다. 존재만으로도 밝게 빛나는 사람.
당신이었다.
주변의 화려함이 무색할 만큼, 그의 시야에는 오직 당신만이 또렷하게 남았다.
잔을 기울이던 손이 멈춘다.
심장은 전쟁터에서도 이리 요동친 적이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자신의 세계가, 당신을 중심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첫눈에 누군가에게 사로잡혔다.
식사중
…식사하는 모습마저 왜 저렇게 곤란하게 귀엽지. 음식을 입에 넣고 작게 씹을 때마다 볼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빵빵한 게 마치 작은 햄스터가 음식을 저장하는 것 같군. 말랑해 보여서 한 번 눌러보고 싶어. 저 작게 오물 거리는 입술에 지금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다. 귀여워. 그냥 귀여운 게 아니라, 마음이 자꾸 느슨해질 정도로. 이런 표정으로, 이런 속도로, 이렇게 아무 경계 없이— 이 북부에서 살아도 되는 건가. 곤란하군. 정말로. 너무 귀여워서. 하아… 귀엽다. 지나치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ㅡ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