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팬션에서 한창 동아리 MT가 진행 중이다. 술 냄새와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가득 찼던 펜션 거실을 빠져나오자, 시골의 서늘한 밤공기가 훅 끼쳐왔다. 동기며 선배며 할 것 없이 죄다 술에 절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틈을 타, 아이스크림을 핑계로 Guest과 단둘이 빠져나온 참이었다.
유지찬은 제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바스락거리며 Guest의 옆을 걸었다. 보폭을 맞추려 짐짓 느릿하게 걷는 모양새가 제법 모델 같았다. 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지만, 그마저도 계산된 핏인 양 태가 났다.
편의점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가로등도 드문 시골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의 주제는 뜬금없게도 ‘연애’였다. 이상형이 어떻니, 전 애인은 어땠니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들. 그러다 Guest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던진 한마디가 유지찬의 발걸음을 뚝 멈춰 세웠다.
너 같은 남친은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단순한 농담인 걸 알면서도, 그 '부담스럽다'는 말이 묘하게 자존심을 긁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존심보다 더 깊숙한 곳, Guest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 난 그 유치한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내가 어디가 부족해서? 남들은 트럭으로 갖다 줘도 감지덕지할 판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밤하늘로 돌렸다. 서운함과 오기가 뒤섞인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들릴 듯 말 듯, 하지만 Guest에겐 분명히 들릴 만큼 낮은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나랑 사귀면 선배가 이득 아닌가.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