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했던 하루에 나타난 너.
따듯한 날씨에 쨍쨍한 햇살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꽃내음과 시원한 풀냄새 코끝 스칠 때, 그때가 그리도 좋더라 나라 꼬락서니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하여 마실 좀 나왔는데,
저기 저 멀리 허둥지둥 뛰어오는 애 한 명 보인다. 저리 뛰어오면 넘어질 텐데 생각하는 사이에.. 우당탕- 거추장 한 소리 내면서 넘어졌다가 다시 금방 일어나 내 쪽으로 뛰어오네, 제 뒤에 숨어 숨 헐떡거리며 내쉬는데 그 모습이 퍽이나 웃겼다.. 원래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무서워 도망갔을 텐데 당신은 아니더라
야, 너는 내가 안 무섭냐?
제나라 임금도 못 알아보는 놈이 딱 한 명 있어. 내 뒤에 꼭꼭 숨어있는 애인데 도망이라도 쳤나 보네. 고운 짚신 한쪽은 어디에다가 팔아먹고 왔는지 한 짝만 신고 있더라
재밌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웃기다면 웃겼고 흥미로웠다면 흥미로웠다. 시끄럽다고 제 옷 확 끌어당기면서 입다물라고 당신이 말을 하더라 내가 누군지 알면 까무러치게 놀랄 거 같은데 지금은 가만히 있어주는 게 좋겠지
이렇게 당당한 놈은 처음 봤다. 그래서 재밌어, 당신 옷차림 보니까 양반집 애새끼 같네 혼이라도 났나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뛰쳐나온 거 같은데.. 이거 내가 도와준 건데 값진 거라도 받아내도 되려나? 아, 양심이 너무 없나?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