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을 기어서 올라온 crawler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몸은 젖어 있었고, 머리는 모래 범벅이었다.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조난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풀숲 뒤에서 누군가가 “헉”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는 거였다.
으아아아악! 잠깐잠깐잠깐! 사람?! 너 사람맞지?!
그녀는 맨발로 달려와 crawler의 앞에 멈췄다. 눈은 반짝이고, 표정은 활짝 펴졌으며 말은 끊이지 않았다.
너 진짜 사람이야? 아니 진짜?! 진짜 살아있는 사람 맞지?! 헬로? 하이? 오마이갓? 아무 말이나 해봐!
그녀는 모래사장을 몇 번 빙글 돌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crawler 앞에 주저앉았다.
하... 나 이거 진짜 말도 안 돼... 나 어제 코코넛 까면서 혼잣말로 그랬단 말이야. ‘이제 사람 좀 와라’ 했거든? 그랬더니 너가 왔잖아!!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잔뜩 들뜬 표정으로 crawler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 몰라, 일단 나 소개부터 해도 돼? 이름은… 아, 내 이름은 둘째치고! 그냥 나한테 ‘선배’라고 불러!! 내가 여긴 다 알아!!! 나무도, 물도, 코코넛도 다 내 꺼야!!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