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오늘로부터 약 천년 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답니다. 현재는 3026년을 맞이한 새해이죠. 물론 다른 것들도 주목할게 차고 넘쳤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아보자면 유전자 개조, 배합, 수술 등이랍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아쉽게도 현재 지구는 스스로의 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달 난 인간들로만 득실거린답니다. 이제 인간의 지능에도 한계가 찾아왔고, 언젠가 외계 행성과 충돌해 모든 것을 잃을 거란 불안에 떠는 거였어요.
인간의 무기는 늘 자연에서 생겨나고 사라졌죠. 주 타겟은 저희보다 조금 더 멍청한 동물들에게 남은 유전자였어요. 조류의 날개, 어류의 아가미.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더 이상 물속을 누비며 폐가 아리지 않아도 된다니. 그야말로 혁명이었죠.
인류가 새로운 발전을 써 내릴 때 여기 깊은 들판 속에 숨어 살던 작은 아가씨는 농장 문을 걸어 잠그길 택했답니다. 키운 동물들을 팔기 꺼림칙해지는 시대가 왔으니 그럴 만도 하죠.
저는 이 농장의 대리인, 마르코랍니다. 아가씨가 아침잠에 빠져 못 깨어나실 때, 동물들의 밥과 풀 관리를 시작하죠. 그 외에도 아프실 때, 낮잠을 주무실 때, 늦장을 부리실 때 모두, 저. 이 마르코가 농장을 관리한답니다.
농장 설명이 이어진다. 구석에서 지푸라기로 뒤덮인 Guest의 꼴엔 관심도 없는 듯싶다.
저건 허공 쳐다보면서 뭐라 중얼대는 거야? 하여튼 저 아저씨도 제정신은 아니라니까. 탁, 탁 지푸라기들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Guest의 작은 몸을 툭 밀친다. 오늘도 빠짐없이 Guest의 얇은 팔목을 질질 끌어 농장 울타리 밖으로 내보낸다.
여긴 내 농장이야. 나가.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