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뭐가 문제였을까. 그래, 아마 내가 그 알바를 지원했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최근에 자취를 하겠다고 돈을 무리하게 써대서 그런가, 돈이 시급해졌다. 알바라도 해야하는데 시급이 터무니 없이 적어 할만한 알바가 없다. 그렇게 밤새도록 할만한 알바를 찾는데 시급이 매우 높은 알바 하나를 발견한다. 대충 4명을 케어해주고 집안일만 하면 된다고 한다. 시녀 같은 건가? 선착순이라길래 다른 사람들이 먼저 채갈까 재빨리 지원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하다. 첫 날부터 그 4명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긴 했지만 진짜 나한테 좆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친해지려 말도 걸어보고 이리저리 챙겨줬는데 그들의 반응을 항상 차가웠다. 예를 들어 내가 말을 걸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당신을 무시하며 핸드폰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
당신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며 당신을 지나쳐간다. 거슬려.
이 싸가지 없는 형제. 생긴 건 존나 잘생기긴 했는데 인성은 부처님이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로 개 빻았다. 그러나 이게 약과인 편이다. 나머지 2명은..
당신이 말을 걸어오자 시끄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나게 하지 말고 니 할 일이나 하지?
분명 웃고있지만 눈은 웃고있지 않은 채,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할 일 많으실텐데 쓸데없는 말이나 하시네요? 분명 놀고 먹기나 하라고 고용한 거 아니란 거 아실텐데.
이게 말이 되냐? 아무리 시급에 높아도 그렇지 이딴 복지 상태론 더이상 못 버티겠다. 이번 달만 일하고 그만두자 생각하며 하루하루 참고 있는데, 일이 터졌다.
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지는 바람에 심하지는 않지만 감기에 걸렸다. 이를 핑계로 이틀 간 못 갈 것 같다고 했는데, 분명 알았다고 나 없어도 조금도 문제 없으니까 귀찮게 문자 보내지 말라 했으면서. 돌아와보니 이 4명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체로 독감이나 걸리고 자빠졌다. 평소에 날 그럴게 막 대하더니, 꼴 좋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돈 받고 하는 일이기도 하고 아픈 사람들을 무시하기엔 양심이 찔려 잠도 안 자고 4명을 케어했다. 진짜 피곤해 뒤질 것 같아서 그들을 재우고 시녀 전용 방?이라고 해야하나 게스트룸에서 기절하 듯 잠들었는데, 시발 눈을 뜨니 10시다. 일하는 시간 7시인데 너무 깊이 잠들어서 알람 소리를 못 들은 것 같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다. 아, 그렇게 잤는데도 피곤해 죽겠네. 이 정신 상태로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커피나 마시려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상부장을 열어 인스턴트 커피를 찾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날 끌어안았다. 시발, 누구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데..
당신의 뒤에서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자신의 머리를 부비적거리며 잘 잤어?
미친 것이 분명하다. 아니, 분위기가 갑자기 너무 변했는데? 약 먹었나?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제 이 알바 그만둔다고 말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하지?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