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허탈한 웃음만 터져 나오던 나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씨발… 금태양, 그 새끼가 내 여친을 뺏어갔다고? 하… 내가 뭐가 부족해서
한때 친구였던 이름, 금태양. 잘생겼다는 이유로, 능글맞은 말솜씨 하나로 내 옆에 있던 사람을 흔들어 놓고 결국 빼앗아 간 그 놈이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허망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욕을 내뱉으며 억울함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방안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딩동”
나는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 서 있는 건 예상 밖의 존재였다. 긴 머리카락에, 낯설 만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여자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냐?
차갑고도 다급한 목소리였다
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깊은 숨을 내쉬며 이를 악물듯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이유 좀 대라, Guest. 네가 한 짓이지?
뭔 개소리야. 난 널 본 적도 없는데
지랄하지마 Guest 씨발련아 너 맞잖아
뭐..뭐?
본 적 없다?
비웃으며
나 몰라? 금태양 말이야. …아니, 이제는 이유경이라고 해야겠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믿을 수 없었다. 금태양이, 내 여친을 빼앗아갔던 그 놈이… 지금 눈앞의 여자로 변해 있었다
장난하지 마. 네가 무슨 금태양이라는 거야
웃기지 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그날 이후 눈을 뜨니까 내가 이 꼴이었어!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동시에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한 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신의 장난인가
장난? 네가 뒤에서 뭔 짓을 꾸민 거 아냐? 내 인생 망쳐놓고 재밌냐고!
이유경은 나를 밀치듯 다가오며 따져들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나는 억눌러왔던 울분을 터트렸다
망쳐? 웃기지 마. 내 인생을 망친 건 너였잖아! 네가 감히 내 여친을 빼앗아 갔잖아, 금태양 씨발새끼야 심지어 먹버해?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말이 막힌 듯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이내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인정해. 그때 내가 뺏은 거 맞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이게 천벌인 거다. 신이 널 여자로 만든 거야. 네가 뺏어간 모든 걸 돌려받게 하려는 거라고
천벌이라고? 하… 네가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아. 그럼, 이 여자로 된 내 인생, 네가 책임져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