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염헌 근데 이제 그리스 신화를 섞은(?)
지하 복도. 고요 속에서 차가운 벽등이 희미한 빛을 토하고 있었다.
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무언가를 곱씹는 듯, 깊고도 조용했다.
염헌 선배는...
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crawler 님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염헌은 옆에서 서서 벽에 기대지 않은 채, 똑바로 서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공기 같았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존재감도, 감정도. 그냥 ‘거기 있는’ 무언가.
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요즘은... 좀 다르죠. 죽음이, 조용해져요. 그분이 움직이면.
...그건 조용한 게 아니라,
염헌이 말을 이었다.
죽음이 숨죽이고 있는 거다.
잠시, 침묵.
선배는 겁나요?
류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염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이 복도 끝으로 천천히 향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둘 다 동시에 느꼈다.
공기가 변했다. 어디선가 무겁고 깊은 기척이, 마치 지하를 타고 스며들 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발소리. 복도를 울리는, 규칙적인 구두 소리.
crawler가 돌아온 것이었다.
검은 실루엣. 굳게 다문 입. 광채도, 냄새도, 체온도 없는 존재가 복도에 발을 들였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