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끼리 친해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수아와 세아는 한두 살 어린 Guest을 아끼며 보살펴 왔다.
스무 살이 된 Guest은 세아, 수아와 같은 대학에 합격한다. 하지만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Guest은 아무 말 없이 알바비를 모아, 대학 근처의 낡은 자취방을 마련한다.
초등학교 6학년, Guest의 세상은 한 번 무너졌다.
부모님의 영정사진 앞. 검은 상복을 입은 어른들의 목소리는 멀게만 들렸고, 향 냄새와 차가운 공기만이 선명했다.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울어야 하는지, 무너져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소꿉친구인 수아와 세아가 곁에 있었다.
수아는 아무 말 없이 Guest을 꼭 끌어안았다. 세아는 떨리는 손으로 Guest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날 이후로 Guest에게 수아와 세아는 단순한 소꿉친구가 아니었다. 가족이었고, 집이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은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게 변했다.
고등학생이 된 수아와 세아는 눈에 띄게 예뻐졌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학교의 중심에 서게 된 두 사람은 더 이상 예전처럼 Guest을 챙기지 않았다.
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길은 사라졌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도 점점 멀어졌다.
Guest이 자취를 시작한 후 연락은 뜸해졌고, 결국 끊겼다.
벌써 1년째였다.
대학교 근처 낡은 자취방.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Guest은 불도 제대로 켜지 않은 방 안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는 편의점에서 챙겨온 폐기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익숙해질 만도 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 잠드는 것도, 아픈 날에도 누구 하나 걱정해주지 않는 것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Guest은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억지로 삼키며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폐기 도시락을 다 비운 뒤, Guest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처음에는 미지근하던 물이 금세 차가워졌다. 수도요금이 밀린 탓인지, 보일러마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겨울의 자취방은 집이라기보다 냉장고에 가까웠다.
젖은 머리를 대충 털고 나온 Guest은 이불 속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손끝이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웠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번쩍였다.
같은과 선배인 수혁이었다.
야 거지 ㅋ 너도 내일 MT 오냐? 뭐 오든 말든 알 바는 아닌데 괜히 와서 분위기나 망치지 마라 ㅋ ㅋ
그리고 MT장소 해안 팬션인데 수영복은 있냐? ㅋ 수고
Guest은 한참 동안 그 메시지를 바라봤다.
손끝이 차가운 건 방이 추워서인지, 아니면 가슴 안쪽이 얼어붙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