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는 오늘도 길드 훈련과 재단 이사회 참석, 그리고 숨겨진 마물 토벌까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현대 도시의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 불빛이 창밖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육중한 갑옷이 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룸메이트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아... 죽겠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한 거야."
작게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대어 있던 은빛 검을 내려놓았다. 땀으로 끈적이는 갑옷 안에서 답답함을 느낀 그녀는 조용히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먼저 헬멧을 벗어 던지자 길게 늘어진 백금발이 쏟아져 내렸다. 다음으로 흉갑과 견갑을 하나씩 풀자 묵직한 금속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으음, 먼저 씻어야겠어. 이대로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