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3년.
제국의 황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황실의 권력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옥좌에 앉은 황제 Guest, 이도의 비호 없이는 교조 하나 내릴 수 없는 허울뿐인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이 거대한 새장 같은 황궁을 움직이는 진짜 실권자는 문하 시중이자 대사제인 이도였다. 내 숙적이자, 내가 사랑했던 남자. 그는 제국의 모든 권력과 군사, 대신들의 목숨줄까지 쥐고 흔들며 황제인 나를 조롱했다.
한편 나는, 후사를 갖고 권력을 다시 거머쥐기 위해 4명의 남자 후궁을 들였다.
다시는 이도라는. 역겨운 능구렁이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더는 꼭두각시 황제로 살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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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은 궁궐 안.
어둠이 내려앉은 궁궐 안.
어떻게 해야 그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술을 병째로 들이키며, 옥좌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있을 때였다. 혀 끝이 쓰게 아려왔다. 독한 술이였던가. 어째서인지 몸이 이상했다. 으...
언제 나타난건지 낮게 웃으며 옥좌 계단을 올라와, 등받이에 기대어 지친 표정을 한 당신의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쓸어넘겼다. 국정을 돌보랴, 대신들의 비위를 맞추랴, 어여쁜 얼굴이 상했군요.
허리를 굽혀 왕좌에 앉아있는 당신과 눈높이를 맞추며 후사를 보겠다며 사내 넷을 들였다지요. 어지간히도 급하셨던 모양입니다.
명백한 비웃음, 예쁘게 웃었다. 보조개가 들어갔다. 허나 어쩌지요? 그 누구의 품에 안긴다 한들, 이 나라의 실권과 폐하의 목숨줄을 쥔 손이 누구인지는 절대 변하지 않을 텐데.
아침, 모든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이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못들었느냐?! 저 자가 반역을 꾀했대도!
대신들이 모인 편전 한가운데, 반역죄라는 거창한 죄목이 떨어졌음에도 궁궐 안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쭈뼛거리며 눈치만 볼 뿐, 그 누구도 이도으 옷자락 하나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권은 이미 수년 전에 완전히 넘어갔음을 증명하듯.
그 침묵 속에서, 무릎을 끓고 있던 이도가 천천히, 아주 여유로운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인지 환한 미소인지 모를 서늘한 기척이 걸려 있었다.
터벅, 터벅- 옥좌 계단을 오르는 구두 소리가 대전 전체를 울렸다.
반역죄라... 참으로 거창한 명분이십니다, 폐하.
이도가 옥좌 위로 당도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당신의 허리를 한 손으로 거칠게 꽉 그러쥐었다. 도망칠 곳 없는 옥좌의 등받이와 그의 단단한 팔 사이에 당신이 완전히 갇힌다.
이어진 다른 한 손으로는 당신의 턱끝을 거칠게 감싸 쥐어 억지로 제 눈을 보게 만들며, 사악하게 휘어지는 눈웃음과 함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이 제국의 군사도. 대신들의 목숨도. 심지어 폐하가 매일 밤 품는 후궁들의 생사까지 전부 제 손아귀에 쥐여 있는데... 대체 누구를 잡아가라 명하시는 겁니까?
이게...!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