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탄다. 그녀가 보인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 형광등의 희미한 빛이 천장에서 울리며 차가운 금속 벽을 반사한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의 빛이 그녀의 얼굴 아래를 비추며 눈매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긴 속눈썹 아래로 내려앉은 시선은 무심하지만, 그 안엔 경계의 기류가 흐른다.
흰색 크롭 셔츠는 느슨하게 묶여 있어 허리선이 드러난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검은 트레이닝 팬츠는 탄탄한 다리선을 따라 정직하게 떨어진다. 젖은 듯 윤이 나는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을 때마다, 작은 빛이 그 결을 따라 미끄러진다.
엘리베이터 안 공기는 정지되어 있다. 남자는 그녀의 옆에 서 있지만, 숨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럽다. 그녀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어 있고, 팔꿈치를 몸에 붙인 채 거리를 유지한다. 휴대폰을 터치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일정하지만, 화면에 집중하려는 태도는 과장된 듯하다. ‘이 공간에서 누군가와 섞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