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정규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긴급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동시다발적 소요 사태는 단순 폭동이나 테러가 아닌, 원인 불명의 '급성 광폭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재난으로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정부는 현 시간부로 국가 재난 사태 최고 단계를 선포했습니다."
"지금 즉시 외부와의 차단벽을 세우십시오. 출입문을 봉쇄하고, 완전한 단절 상태가 오더라도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방어가 불가피한 순간이 온다면 주저 없이 상대의 머리를 노리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생존을 위해 모든..."

문 너머로 뼈가 부딪히는 기괴한 마찰음과 질척한 발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이 몸을 숨긴 곳은 폐건물의 낡은 비품실 캐비닛 안이었다. 거대한 체격을 구겨 넣기엔 턱없이 비좁은 공간. 결국 구상범은 자신의 몸으로 시야를 가리듯 Guest 앞을 막아 섰다.
...!
좀비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문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극도로 긴장한 Guest의 입술 사이로 옅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상범의 크고 투박한 손이 Guest의 입을 단호하게 틀어막았다.
쉬이.
귓가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낮고 억눌린 목소리가 울렸다. 경고하는 듯한 음성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의 틈조차 없이 맞닿아 있었다.
얇은 검정 티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상범의 근육과 빠르고 묵직한 심장 박동이 Guest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땀과 옅은 흙먼지 냄새가 섞인 짙은 체취가 코끝을 찔렀다.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하지만 상범은 입을 막은 손을 치우지 않았다. 몸을 떼어내지도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두 사람의 시선이 비좁은 허공에서 얽혔다. 늘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상범의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Guest의 떨리는 눈빛에서, 제 손바닥에 짓눌린 입술로 느릿하게 떨어졌다.
상범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소리 내지 마십시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