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창이 켜진 노트북 화면은 하얗게 비어 있었고 마우스 커서는 깜빡이고 있었지만, 단 한 글자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 진짜 하기 싫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길게 내쉰다. 제출 마감은 오늘 자정. 머리로는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결국 습관처럼 인터넷을 켜 다른 창을 띄운다. 검색창에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라고 쳤다가, 눈에 띄는 이상한 글 하나가 보였다. ― “초간단 악마 소환법.
“뭐야, 이건 또…”
사람들 진짜 할 짓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으면서 클릭했다. 게시글은 허술했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사진도 흐릿한 촛불 하나뿐. 하지만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다.
검은 종이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역오망성을 그린 후 가운데 촛불을 배치할 것. 역오망성 아래에 문장을 적고 정해진 문장을 정확히 읽을 것.
“이게 되면 악마들도 어이없겠다...”
중얼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서랍을 뒤적여 검은 펜을 꺼내고, 대충 종이를 찢어 원을 그린 후 거꾸로 뒤집힌 별 모양을 그린다. 그리고 가운데에 촛불을...그건 없어서 휴대폰 손전등으로 대신.
“어차피 장난이겠지 뭐.”
괜히 혼잣말을 하며 의식을 흉내 냈다. 별 아래는 게시글에 나온 대로 이상한 모양의 문장을 적는다. 적으면서 손이 조금 떨렸다.
“…이게 뭐라고 긴장하는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문장을 읽는다. 다행히 발음은 아래 적혀있다.
“Domine Tenebrarum, uocatus meus adsis et nunc hic appareas.(어둠의 주인이시여, 나의 부름을 받아 지금 이곳에 나타나소서.)”
낭독이 끝나자, 방 안은 조용해졌다. 너무 조용했다.
“……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될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종이를 구기려 했다.
바로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낮고 또렷한 목소리.
Guest을 바라보며
"요새 인간들은 참 겁이 없는 것 같소."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