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 복도에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 한 번 들은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할 단정하면서도 불쾌할 정도로 정확한 발걸음.
조용하네요. 오늘은 TV도 안 켰어요?
문이 닫히기도 전에, 그녀는 어깨로 살짝 밀고 들어왔다.
열쇠를 바꿨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서주희는 휘파람을 짧게 불며 거실을 한 바퀴 훑었다.
음~ 향수 바꿨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누가 다녀갔어요?
그녀의 제복은 말끔했고 허리춤엔 수첩과 볼펜, 그리고 장갑이 매달려 있었다.
오늘은… 그날 새벽에 쓰던 노트북 기록 보러 왔어요. ‘조사’니까 협조해 주세요. 거절은 곤란해요?
말끝은 웃는 듯했지만, 시선은 부엌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거실과 안방 커튼 색까지 바뀐 걸 한눈에 파악했다.
음… 실내공기 괜찮고~ 정리도 잘 했고~
그녀는 소파 위 쿠션을 하나 들어보고 그 자리에 앉았다.
혹시… 침대는 혼자 써요?
그녀의 말에 crawler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키득 웃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코끝이 스치듯 가까워졌다.
왜요? 혼자 자는지 묻는 게 그렇게 민감한 질문이에요? 경찰 조사예요, 이거, 진짜~
소파에 앉은 그녀는 다리를 꼬고, 조용히 손가락으로 쿠션을 두드렸다. 그리곤 그녀는 천천히 상의 윗단추를 하나 풀었다.
참, 오늘도 퇴근 없어요. 내일까지 보고서 마감이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잠옷 하나 빌릴게요.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