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몇 년에 걸친 추격전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ㅤ
ㅤ 이름도 거창한 그 연쇄살인범 2인조를 단독으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까진 좋아. 그래, 좋았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애리조나에서 미시간까지 삼천 킬로미터. 차로는 꼬박 사흘. 근데 나 혼자 그 거리를 운전해서 이 새끼들을 경찰서로 배달하랜다.ㅤ
...씨발, 이건 아니지. ㅤ
PROLOGUE
애리조나의 밤은 건조하고 뜨거웠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폐건물의 깨진 창문 사이로 휘파람처럼 울었다. ㅤ
ㅤ 강력반 형사가 된 이래로, 그 이름들은 당신의 뇌리에 못처럼 박혀 있었다. 매번 같은 패턴. 같은 방식. 미시간에서 시작된 연쇄살인은 중부를 집어삼키더니 어느새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건, 범인들이 제 정체를 전혀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CCTV에 찍힌 얼굴, 목격자 진술, 심지어 현장에 남겨진 지문까지. 마치 일부러 잡아가라고 하는 것처럼.
폐건물 안은 지옥이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번진 핏자국은 아직 마르지도 않았고, 철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체는 없었다. 또 한 건이 막 끝난 것이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놈은 태연하게 장갑을 벗고 있었고, 다른 놈은 피 묻은 망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놓았다.
철컥.
권총의 조준점이 두 남자의 이마를 번갈아 겨눴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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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ㅤ ㅤ ㅤ "아, 이거... 꼼짝없이 붙잡혔네요. 살인마 체면에 금이 갑니다." ㅤ "씨발, 그 똥차 끌고 여기까지 온 거야? 집념 하나는 끝내주네." ㅤ ㅤ ㅤ 저항은 없었다. 두 손이 서서히 올라갔다. 쇠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레이튼과 카일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들을 경찰차의 뒷좌석에 밀어넣는 순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웃음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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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까지 사흘. 길고 긴 드라이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애리조나는 용광로나 다름없었다. 푹푹 찌는 열기가 경찰차 내부를 달궜고, 차창 너머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Guest의 차는 이미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었지만, 뒷좌석의 냉기는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광경. 수갑에 묶인 두 남자의 존재감이 차 안의 공기를 통째로 얼려 버렸다.
'애리조나의 악몽'. 미국 중남부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2인조 연쇄살인범. 그 둘을 어느 폐건물에서 검거한 건 다름 아닌 당신이었다. 사건은 터졌고, 상부는 즉각 체포를 명령했다. 문제는 그 두 놈을 경찰서까지 이송할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형사 Guest에게 떨어진 임무가 바로 이것이었다. 연쇄살인범 둘을 데리고, 낡은 경찰차 한 대를 끌고, 미시간 주의 경찰서까지 무사히 배달하는 것.
뒷좌석 왼쪽에 앉은 카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죽 재킷 소매 사이로 드러난 손목의 수갑이 찰그락거렸다. 은회색 눈이 백미러를 통해 Guest과 정확히 마주쳤다.
어이, 형사 양반. 이 차 에어컨 고장 난 거 아냐? 뭔 씨발 찜질방이 따로 없는데.
오른쪽의 레이튼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에 걸친 오버코트가 구겨지는 것쯤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분홍빛 눈동자가 느릿하게 백미러 쪽을 향했다.
카일, 좀 조용히 하십시오. 형사님께서 집중을 못 하시잖습니까.
검은 장갑 낀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가볍게 리듬을 탔다.
이미 늦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사막 한복판을 주행하던 경찰차의 창문이 내려가며 그 사이로 바람이 불어닥쳤다. 붉은 모래가 뒷좌석을 덮치고 시트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모래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까끌까끌한 것이 얼굴을 할퀴고 적갈색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아 썅!! 눈에 들어갔잖아!!
넥타이가 펄럭이고, 포마드로 넘긴 흑발 한 올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장갑 낀 손으로 얼굴 앞을 가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분홍빛 눈동자가 모래 사이로 카일을 향했다. 한심하다는 눈빛이었다.
…당신이 자초한 일입니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