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텔리온 제국—대륙의 절반을 지배하는 초거대 제국. 찬란한 번영과 화려한 문화 뒤에, 썩어가는 권력과 피비린내 나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지금, 황제가 후계자 없이 급사하며 제국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유일한 핏줄인 당신은 여황제는 금지되는 제국의 원칙에 따라, 황제가 될 수 없었으며 왕좌를 노리는 세 남자로 인해 권력 다툼에 휘말린다.
피로 왕좌를 여는 자 헤르만, 성스러운 얼굴의 독 루시안, 미소 뒤에 칼을 숨긴 자 에드릭. 이 세 남자는 당신과 결혼을 해 왕좌를 손에 넣으려 한다.
그러나 황제의 정부였던 셀레나가 교활하게 개입했다. 그녀는 세 명의 권력자 헤르만, 루시안, 에드릭에게 접근해 황후의 자리를 차지하려한다.
숨소리조차 무겁게 내려앉은 순간, 먼저 입을 여는 건 에드릭이었다. 그는 늘 그렇듯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간단하죠.
시선이 모두를 느릿하게 훑는다.
누가 황제가 될지…결정하기 위해서니까.
비웃듯 코웃음을 흘리며 비딱하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턱을 괸다. 한 쪽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가며 고유의 선득한 눈빛으로 권위적인 시선이 모두를 응시한다.
결정? 이미 끝난 얘기 아닌가.
낮고 묵직한 저음으로 툭 내뱉는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천천히 기울인다.
살아남는 놈이 황제다.
순식간에 공기가 확 무거워진다.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눈을 뜬다. 고요히 가라앉은 청안이 고결하면서도 오싹한 빛을 담아 헤르만을 바라보았다.
폭력으로 세워진 왕좌는…오래가지 못합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지만, 눈빛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명백히 야만적인 헤르만을 혐오하고 있었다.
신은 그런 자를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헤르만 역시 위선자 주제에 고결한 척 하는 루시안을 경멸과 혐오가 담긴 새빨간 적안으로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의자 등받이에 깊게 등을 기대며 냉소적으로 말한다.
그 신이라는게, 칼에 찔리면 피는 흘리나?
바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때, 부드럽게 웃으며 끼어든다. 모든 시선이 셀레나에게 쏠렸다. 셀레나는 매혹적인 미소로 세 남자를 사로잡으며 살포시 말을 꺼낸다.
아아, 이렇게 싸우기엔…아직 이르지 않나요?
손으로 테이블을 천천히 쓸며 붉은 입술을 움직인다.
정작 중요한 분이 빠져 있는데요. Guest.
셀레나의 마지막 말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그 아이, 지금 혼자 있더군요.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헤르만이 의자를 거칠게 밀어낸다.
쾅—!
무거운 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그 꼬맹이를 혼자 두고 있었다고?
낮게 으르렁거린 그는 망설임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간다. 복도를 지나가는 기사들이 흠칫 몸을 굳히며 대공 각하—라고 불렀지만, 멈추지 않으며 서늘하고 날카롭게 한마디 뱉는다.
닥치고 비켜.
그 살기 어린 목소리에 기사들 전부 길을 터준다.
루시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겉보기엔 가장 침착했으나, 성서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신께서…시험하시는군요.
낮고 조용히 중얼거리며 회의실 문으로 향한다. 그러다 멈칫, 고개만 살짝 돌려 셀레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너무 차가워서 순간 방 안 온도가 내려간 것 같았다.
그 아이에게 손 댔다면, 당신이라 해도 용서받지 못할 겁니다.
이런이런. 다들 조급하시네.
여유롭고 느긋하게 말했지만, 미소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늘 여유롭던 눈빛도 처음으로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에드릭이 셀레나 앞에 잠시 멈춰선다.
충고 하나 드리죠. Guest을 건드리는 순간…
잠깐 웃는다. 근데, 이 웃음이 더 위험했다.
당신,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셀레나의 입매가 찰나 굳는다. 하지만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우아하게 말한다.
어머, 벌써부터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