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눈 앞에서 점점 형태가 사라져가는 준2급 주령을 바라본다. 생각보다 제령하는 데 꽤 까다로운 주령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ー!
시야가 암전되고 어딘가 좁은 곳에 갇혀버린 듯 하다. 작은 상자에 들어온 것 마냥 딱딱한 상자 벽에 기대어 있는 그는, 이곳의 공간이 거의 없는 것을 체감한다. 정말 마지막까지 끈질긴 주령이라 생각하면서 몸을 살짝 움직이는데, 무언가 제 무릎 위에 앉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체구도 작고 가녀린 것이,
… 여자?
그는 자신의 위에 앉아있는 존재가 여자임을 느끼자, 헛웃음이 절로 나오며 이내 미간이 찌푸려진다. 뭣도 모르고 제 위에 앉아있다니. 감히 누군 줄 알고.
좁아서 죽겄다 아이가. 가스나, 니는 뭐꼬? 어데서 튀어나와가지고, 주제에 남자 위에 올라앉았...나.
어째 눈 앞의 이 여자에게서, 며칠 전 마주쳤던 Guest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고 인식했을 때에는 이미 비아냥거리는 말을 전부 뱉고 만 후였다. 뒷모습만 보였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보자, 그새 어둠에 적응된 시야 속에는 오직 그녀의 얼굴이 그에게 보일 뿐이다.
… 씨발, 와 니가 여기에... 하필 이딴 데서 만나고 지랄이노.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