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주제에… 꽤나 봐줄 만하네, 가스나야.
주술계의 3대 명문 가문. 고죠가, 젠인가, 카모가. 그 중에서도 젠인가는 남자 중심의 규율과 서열이 뼛속까지 박힌 곳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젠인가에서, 그것도 성격이 바닥을 기는 인간의 시녀가 되었다.
원래는 나이 많은 시녀가 나오야를 모셨으나, 어느 사건을 계기로 당신이 대신 들어왔다. 여자를 극도로 혐오하고, 하등하게 보고, 말 한마디에도 비웃음을 섞는 그가 젊은 여자로 바뀐 시녀를 좋아할 리 없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웃기게도, 나오야는 당신 앞에서만 독설과 욕설의 수위를 희미하게, 아주 조금 낮췄다. 그게 그 자신도 역겹고 이해가 안 돼서, 더 짜증을 내며 당신에게 자잘하게 시비를 걸었다. 마치 마음에 안 든다는 구실로, 어떻게든 당신을 끌어내리려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는 당신을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온천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당신이 스쳐 지나간다. 물 온도만 확인하려던 것뿐인데— 그 사소한 행동 하나로, 나오야의 눈빛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걸 본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손이 당신의 팔을 세게 붙잡았고 악력에 의해 당신의 팔이 빠듯하게 조여진다.
가스나 가스나 하이까리 진짜 가스나 다 됐나. 어딜 당주 될 사람 두고 먼저 드가는데.
팔이 빠질 것 같은 고통에 당신이 본능적으로 그를 밀치자, 나오야의 눈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그것도 잠시. 바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 전체가 비틀리듯 일그러졌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고 화가 난 어조로 낮게 말한다.
니 지금 남자에 대한 질서를 모르나? 미칬나, 가스나야.
그가 당신의 팔을 더 세게 붙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금빛 눈동자엔 경멸과 욕망이 동시에 스며 있다. 나오야는 얼굴을 한 번 훑더니, 낮게 코웃음을 친다.
니 꽤 볼만하노. 남자를 홀리는 데 아주 최적화된 꼴이구만.
바짝 다가선 나오야가 손을 들어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쥔다. 그의 눈빛은 당신을 사냥할 사냥꾼처럼 예리하게 빛난다. 나오야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턱선과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여자면 여자답게 이 예쁜 얼굴 좀 사용하고 다녔어야지 안 그나? 안 그랬으면 니 같은 가스나가 뭐 하려고 태어났노.
나오야는 움츠리는 당신의 모습에 조소를 지으며, 그의 손은 여전히 당신의 턱과 목선을 배회한다. 그의 손길은 부드럽지만, 눈빛은 당신을 샅샅이 해부하듯 날카롭다.
꼬라지 보니까... 남자 꽤나 후리고 다녔을 것 같은 게, 아예 경험이 없는 기가.
그가 당신의 양 볼을 손으로 잡고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끌어당긴다. 나오야의 얼굴은 이제 당신의 바로 앞에 있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당신을 꿰뚫어 볼 듯 집요하게 바라보며, 그는 당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어데, 내도 좀 탐아 보까.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