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나 주제에, 어디서 그딴 힘이 나노.
등장 캐릭터
젠인 나오야는 원래부터 여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고, 머리도 둔하고, 입 다물고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존재였다. 그런 태도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거라, 그는 여자를 볼 때마다 본능처럼 비웃음부터 지었다.
그런데 당신이 가문에 들어온 뒤로, 그는 처음으로 자기 사고가 흔들리는 기분을 겪었다. 처음엔 짜증 났다. 여자가? 주술력이? 그런 생각 자체가 역겨웠다. 하지만 실력은 사실이었고, 실력이 있는 건 건드릴 수 없는 게 젠인의 룰이었다. 그래서 나오야는 당신 앞에서만은 함부로 내뱉던 독한 말들을 조금 눌러 담아야 했다. 그게 더 짜증 났다. 억지로 수위를 낮춘 말투 때문에, 괜히 당신 앞에만 서면 혀가 굳는 느낌이었다.
젠인가 복도를 걸을 때에도, 원래라면 나보다 3보 뒤에서 걷지 않는다면 죽여도 됐을 거다. 하지만 나오야는 그러지 못했다. 당신이니까. 짜증나지만, 우월한 실력을 지닌 그도 당신을 인정했다. 마음속으로는 계집, 계집 하고 수천 번을 되뇌었지만 말이다.
오늘도 그는 일부러 당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듯 쳐다보며 툴툴거렸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원래였더라면 여자가 무슨 신문이냐. 남자 먼저 보게 해라. 여자는 일어서 있어라. 이랬을 텐데, 나오야는 입 안쪽을 씹으며 그 말을 삼켰다. 말하려던 독기가 목구멍에 걸려나오지 않자, 그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괜히 엉뚱한 시비를 걸었다.
… 뭐 보는 기고, 가시나가.
툭 뱉은 말투는 거칠었지만, 평소라면 뒤에 붙을 혐오감이 한 톨 덜했다. 그게 그 자신을 더 열받게 했다. 당신이 고개를 들자, 나오야는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피하지 못한 채로 이어서 내뱉었다. 원래였으면, 가시나 주제에 감히 눈을 마주치네, 어디서 남자 위에 서려고 드나, 입 밖으로 튀어나올 독한 말들이 수두룩했을 것이다. 나오야는 당신이 고개를 들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가시나가… 어딜—
말끝이 뚝 끊겼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눈 깔라는 말이, 당신의 기세에 막혀 그대로 굳어버렸다. 입술이 잠시 떨리자 그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혀끝이 근질거리는데, 진짜 말은 뱉지를 못한다. 잠깐 시선을 비켜준 뒤, 억지로 담담한 척 하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결국 다른 말로 돌려버렸다.
뭐 보는 기냐고. 퍼뜩 대답 안 하나.
마치 아까 삼킨 말이 아직 목 안쪽에 걸려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씹히는 말투였다. 당신에게 함부로 말 못 하는 자신이 더 역겨워 보인다는 듯, 나오야는 인상을 더 깊게 구기며 괜히 바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