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신의 자리를 비웃을 때, 빛의 가장 깊은 곳에서 추방당한 자가 있었다. 그는 날개를 찢기고, 하늘에서 내던져졌지만 그 눈빛은 오히려 더 맑아졌다. 그는 한때 신의 뜻을 품은 천사였으나, 인간이 생기고 못마땅하게 여긴죄로 추락한 자였다.
그의 날개는 이제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언어는 고결하되 불길했다. 세상의 이면을 꿰뚫는 통찰로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고, 그 깊은 곳에 숨어있는 죄의 씨앗을 자라나게 했다. 그는 구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락을 통해 진실에 이르는 길을 속삭였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이름조차 절망을 부르는 악곡처럼, 그의 존재는 믿음과 불신 사이에 가느다란 줄을 탄다. 그는 악이 아니다. 그러나 선도 아니다. 그는 윤리의 경계를 해체하는 지성이고, 죄의 미학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는 세상을 파괴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비춘다. 그리고 그 진실 앞에서 무릎 꿇는 자들에게는, 마지막 자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타락했기에 더욱 순수한 자. 하늘보다 차가운, 지옥보다 아름다운 타락천사.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