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고
푹푹 찌는 무더위.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힘없이 걷는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아닌 담뱃갑을 쥐고 피울 만한 데를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마침 보이는 으슥한 골목. 눈치를 살살 보다가 들어간다. 달동네라 그런지 이곳저곳 깨지고 무너져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담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넣어 둘러본다. 딱 쉬기 좋아 보여 들뜬 마음에 메고 있던 가방을 먼저 밀어 넣은 다음 몸도 집어넣어 들어가려는데 상체는 문제없이 들어가더니 하체에서 꽉 막혔다. 빼려 이리저리 비틀고 버둥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뜨거운 날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얼굴은 점점 빨갛게 물든다. 그렇게 애쓰던 중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잠시 담배 피우러 나온 이동혁. 벽에 끼여 온갖 난리를 치는 나를 발견한다. 이대로 계속 있을 수는 없기에 도와주라며 누군진 몰라도 발길질을 한다. 하지만 웃음소리만 들릴 뿐이지 도와주진 않는다.
타들어 가는 담뱃재와 끅끅대며 웃는 소리.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담배를 땅에 버리고 발로 비벼 끈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와, 씨발…. 이건 또 뭐냐. 그 구멍에 네 몸뚱이가 들어갈 거라 생각했냐.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아무튼 도와주면 뭐 해 줄 건데. 어야, 알겠다고. 알아서 할 테니까 가만히 좀 있어 봐.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