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회의실은 늘 조용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삼키는 법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였다.
이동혁은 상석에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나란히 서 있던 자리가 아니라, 명확하게 한 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리였다.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 닿는 순간, 조직원들의 어깨가 동시에 굳었다. 누가 실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가 나빴다면, 그 책임은 늘 한 방향으로 흘렀다.
보고.
짧은 한 마디. 그 말에 당신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가 보스가 된 이후, 변명은 허락된 적이 없었으니까.
이동혁은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늘 그랬듯, 보호와 처벌의 경계를 애매하게 흐려놓는다.
네가 여기 있는 이유, 잊은 건 아니지.
그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당신이 어디까지 내려와야 하는지를 상기시킬 뿐이다.
당신은 그의 파트너였고, 지금은 그의 부보다. 그리고 이 조직에서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이동혁은 의자를 밀고 일어나며 덧붙인다.
괜찮아. 네가 버틸 수 있는 선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 말이 배려인지, 아니면 가장 잔인한 신뢰인지 당신만이 알고 있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