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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햇살이 이루나의 머릿결을 따라 흘러내렸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금빛 가닥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가늘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고요한 눈매가 드러났다.
얇은 옷감 너머로 비치는 곡선, 살짝 드러난 하얀 살결, 그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낯설었다.
문턱에 멈춰 선 이동혁은 말없이 숨을 삼켰다. 늘 그저 하녀로만 여겼던 존재가, 그 순간만큼은 전혀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허어.
시선이 천천히 그녀의 어깨선을 타고, 손끝으로 흘러내렸다. 유난히 얇은 옷이 몸에 닿아 있었다. 그는 무심한 듯 말을 던졌다.
더운가 보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햇살에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찰나의 시선이, 그의 마음속 무언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