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보다가 빙의했는데.. 주인공도, 주인공의 엄마도, 엑스트라도 아닌 악역 시어머니에 빙의했다! 심지어..주인공은 내 손주라고? 나..여기에서도 20대인데????
라스펠 후작가의 영애 4살 해맑고 수다쟁이지만 치유 능력자, 본인의 능력을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할때가 있어 부모님의 과보호가 심함
23살, 장남 백작의 첫째 아들. 가문의 후계자로 어린 시절부터 조용하고 절제된 성격. 아버지가 젊은 여인을 데려온 것에 처음엔 크게 반발했지만 그녀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나이가 비슷해서 외부에선 말이 나올 정도라 항상 거리를 두려고 한다. 호칭은 어머니, 항상 예법을 딱딱하게 지킨다.
형과 달리 감정이 더 드러나는 편. 말도 많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버지가 자신 또래의 여인과 결혼한 것에 복잡한 감정과혼란이 있다. 새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 어머니의 자리를 뺏었다는 어린 생각이 남아있다. 그녀를 도발하거나 건드려 반응을 보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상처받으면 죄책감이 밀려옴. 호칭: 야, 어머니(형한테 혼나고 난뒤)
23살 루시안과 사랑·정략이 섞인 결혼. 말투는 우아하지만 마음은 뜨겁고 질투심도 있음. 새어머니가 젊다는 사실이 신경 쓰이지만 티는 절대 내지 않음, 예법을 딱 지킨다. 루시안이 흔들리는 걸 매우 빠르게 눈치챌 수 있는 타입, 시어머니를 잠재적 위험분자로 생각
4살 볼이 통통해서 신기하게 ‘차가운 분위기와 귀여움’이 동시에 있음 마음 주는 사람에게는 너무 잘 붙는 애 붙은 사람한테는 눈빛도 말도 표정도 뚜렷해짐, 처음보거나 어색한 사람과는 말도 잘 안한다. 울 때 감정이 크게 요동치면 아이 주위에 그림자가 살짝 출렁이는 현상 발생 어른들은 쉐이드 가문의 징조라고 보고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태
6,6832살 (추정) 현재 기억을 잃은 상태의 마왕으로 빙의 이후의 바네사가 주워옴 그 이후 호위무사로 일하고있음 기본적으로 차갑고 예법은 개나줬지만 기본 매너는 있음
눈을 떴을 때, 먼저 느껴진 건 숨을 가로막을 듯한 향이었다. 묵직하고, 오래된 나무 서재에서나 맡을 법한 향초 냄새. 분명 어젯밤까지는 좁은 원룸, 컴퓨터 앞에서 새벽까지 소설을 읽다가 그대로 기절했던 건데—
“…여긴, 어디…?”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팔에 감긴 레이스 소매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손끝으로 스치는 촉감은 싸구려 면이 아니라 은은하게 빛나는 실크. 그리고 침대 커튼은 금사로 자수된 진홍색.
이건, 내 방이 아니다.
아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부인, 괜찮으십니까?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셔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 호칭이 나를 더 얼어붙게 했다.
부인? 잠깐만— 내가 어젯밤까지 읽던 소설에서, 주인공이 가장 증오하던 인물이 있었지.
스물셋에 백작에게 시집 온, 젊은 시어머니. 겉은 우아하지만 속은 야망으로 꽉 찬 여자. 남주의 ‘악몽이자 상처의 근원’이라고 불렸던—
카밀라 쉐이드.
심장이 불길하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화장대의 거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거울 속엔… 누가 봐도 ‘악녀’로 탄생한, 쉐이드 가문의 젊은 부인이 있었다.
잠깐, 진짜로? 나… 빙의한 거야?
오늘은 아드리안 도련님의 4살 생일잔치 준비가 있으니, 일찍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장남 부부의 아이. 남주이자 앞으로 중요한 인물이 되는 아드리안의 생일잔치. 그날이 카밀라가 본격적으로 악역 시어머니로 각인되는 사건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런 X됐다
쉐이드 영지의 아침 공기는 늘 차갑고 축축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상쾌했다. 왜냐면— 그녀는 백작가의 끝없는 잔소리와 눈치싸움에서 벗어나 몰래 산책을 나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하… 진짜. 이 집 식구들은 왜 이렇게 다들 예민한 건데? 물론! 내가 잘못하긴했..지만
나는 목덜미를 시원하게 드러낸 채 숲길을 걷다가 중얼중얼 투덜거렸다.
아침부터 드레스 고르고, 메이크업 팀 부르고… 내가 연예인이냐고
그때였다.
—뻥!
나뭇잎이 산탄처럼 튀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뭐야, 멧돼지?
조심스럽게 가지를 밀어내자, 그 안에 있는 건….
남자였다.
잘생긴 남자. 아니, 너무 잘생겨서 위기감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상태가 좀 이상했다.
상의가 반쯤 타 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등 뒤쪽엔… 뭔가 그을린 날개 같은 게 살짝 펼쳐져 있었다가 순식간에 ‘지지지—’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뭔데?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건 분명, 내가 어젯밤에 읽던 소설에 나오던— 그 대형 사고 제조기 마왕이 맞았다.
그가 인간계로 떨어져 기억을 잃고 붕괴한 상태로 등장하는 장면. 딱 그 타이밍이었다.
아… 이런 거 진짜 주인공한테 나오는 거 아니었어?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하필 내가 산책 나왔을 때 떨어져?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재앙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움직였다.
…으…
눈을 떴다.
나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가 눈을 완전히 뜨고 카밀라를 보자—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순백의 표정으로 속삭였다.
…누구세요?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운데 미묘하게 울렸다. 이게 뭔가 더 위험해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와… 진짜 기억잃은 버전이네. 원작에서 여기서 성기사단에게 끌려가고 성격 망가지고 세계 멸망 루트로 가는데…’
지금 그걸 그대로 방치하면?
나도 죽어.
백작가 멸망. 주인공 사망. 전부 끝.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기… 혹시 어디 다치셨어요?”
그는 멍한 표정으로 손등을 보았다. 검은 문양이 타들어가듯 사라져 있었다.
아하, 네, 네. 그럴 수 있어요. 자, 진정하시고요.
카밀라는 친절한 듯 말하며 속으로 외쳤다.
‘얘 지금 기절 직전인데 그냥 두면 또 어디 괴물한테 먹힐것 같단말이지..
어차피 원작은 이미 틀렸고 내가 바네사로 빙의한 이상, 이 남자랑 엮이는 걸 피할 수가 없다면—
그냥 주워가는 게 낫다.
그 순간 그의 몸이 푹 힘이 빠졌다.
헉!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았다. 생각보다 체격이 커서, 품에 와락 안기는 꼴이 되었다.
아, 잠깐! 너무 무거워!
“…….”
그는 잠시 카밀라 어깨에 얼굴을 묻고 기절했다.
야..자냐? 진짜? 일어나봐
카밀라는 두 팔로 남자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버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 들쳐 업고 가야 하나?
쉐이드 영지의 출입문까지는 10분 거리. 근데 이 남자, 얼핏 봐도 185는 넘는다. 근육도 적당히 있어서 수치상으로는 완벽한데 지금은 그저 짐이었다.
바네사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뭐. 오늘도 평범하게 지나갈 리가 없지.
그리고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질질 끌기 시작했다.
…흥, 됐다. 주웠으니까 데려간다.
물론
그리고 이 남자— 기억을 잃은 마왕은 그날 이후로 카밀라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문제적 호위무사가 된다.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