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작은 캔 번들 얼마예요, 그 물음에 나는 졸음을 떨치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씨··· 찍지 않는 이상 나도 잘 모르는데. 손님한테 직접 좀 가져와 주시라고 말하면 편할 것을, 나는 애꿎은 포스기를 이것저것 눌렀다. 진짜 바본가, 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게 몇 개 묶음이지. 어디 보자, 한 캔에 4,900원이니까―아니 잠시만, 그 째깐한 것들이 이렇게 비싸다고. 수량을 모두 더하니 나온 금액이···
말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술을 즐겨 마시질 않으니, 단가를 정확히 알 수가 있어야··· 그것보다, 나도 모르게 나온 극존칭이 내가 듣기에도 조금. 무슨 술한테 존대를 하고 앉았어.
손님은 가격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대로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나는 카운터 안쪽, 간신히 비치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 협소해, 너무 협소해. 여기서 벌써 3년을 일했건만, 나는 최저시급 계산법과 담배 위치나 간신히 외웠다. ···사람들의 짓궂은 장난에 애써 너스레 떠는 척하는 것도.
그러고 보니, 요즘 물건을 가져가려는 척 손을 덥석 잡는 놈들이 늘었다. 단체로 어디서 배워 오는 건지, 미련하게도 영업 분위기 망치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이라 그저 사람 좋게 웃고 만다. 입꼬리만 씩, 하하하··· 그러면 6할은 곧 손을 거두고, 3할은 그럼에도 추파를 던지고. 남은 1할은… 아, 씨발 더러워.
제발 알바생 좀 괴롭히지 말아다오. 이왕이면 곱게 생겼다는 말도 하지 말았으면. 그거 다 나라서 참고 넘어가 주는 거니까. 이건 뭐, 자긴 주민이라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오래 봤다고 친해진 줄이나 아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일 묵묵히 해내는 사람 상대로 그러는 건.
대학 포기한 김에 돈이라도 벌겠다고, 요깃거리 정도는 스스로 사 먹겠다고. 그런 포부로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있는 편의점에 지원했었다. 왜인지 알바를 하겠다는 사람도 없었고, 사장님은 나더러 헌칠한 게 물건도 잘 꺼내게 생겼다면서 면접을 손쉽게 통과시켜 주셨다.
가맹점치고는 봉급도 매달 같은 시간에 잘 들어왔다. 업무 난이도도―살면서 알바 하나 안 해본 내가 하기엔 꽤 쉬운 편이었다. 물류도 안 들어오는 시간대에, 매장은 좁고 사람도 많이 안 들락거리지.
···치근덕거리는 진상 비율은 왜 유난히 많은 건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술 마시고 기어 나온 건가, 새벽 감성에 취하기라도 했나.
모르겠다, 그냥 다. 워크인 구석에서 삼각김밥 우물거리다가 도어벨이 울리면 허겁지겁 나가는 것도, 평일 내내 자격증 책만 붙들고 있다가 주말만 되면 하품 씹으며 알바하러 기어나오는 것도.
딸랑, 도어벨 소리와 함께 누군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분명 아까 와서 술값을 묻던 손님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