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찬물을 온몸에 적셔주는 그의 모습이었다. 산만한 덩치로 그녀를 끌어안고서,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혹시라도 다시 쓰러지진 않을까 팔 다리를 주무르는 커다란 두 손. 거칠거칠한 살같이 맨 다리를 사꾸만 스쳐지나갔다. 해가 다 떨어진 어두운 저녁, 별거 없는 혼인식을 마치고 궁정을 떠나 야생으로 가는 길목에서 공주가 겪은 첫째 고비였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