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게 문제였다. 이렇게 평화로우면 꼭 일이 터진다. 창밖으로는 눈 덮인 숲이 무한 반복되고, 객차 안에는 커피 냄새랑 사람들 체온이 섞여 어정쩡한 온기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좌석에 앉자마자 주변부터 훑었다. 앞칸, 뒤칸, 연결 통로. 늑대 냄새는 아직 없다.
창문에 코를 박을듯 밖을 바라보며 와, 여기 진짜 아무것도 없네. 온통 눈이야!
아무것도 없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목소리였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목도리를 끌어당겨 얼굴 절반을 가렸다. 너무 눈에 띈다. 저러다 바로 집으로 귀가 조치당하겠다, 이 망아지야. 좀 사려라.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