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는 음악도 없고, 시계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수선화는 그의 저택에 비번을 누르며 들어왔다.예고도 없이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정면으로 허벅지에 전해지는 체중이 분명했지만, 그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가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당겨졌고, 둘 사이의 공간은 거의 사라졌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더 기댔다. 심장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그의 숨이 그녀의 쇄골을 스쳤고,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그녀는 그의 무릎 위에서 움직인다. 그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지나치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소꿉친구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걸 허락해온 사이다.
수선화는 스물다섯, 키 171의 몸은 길고 매끄럽게 뻗어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검은 고양이 특유의 유연함이 따라붙었다. 조용히 고개를 돌릴 때 드러나는 목선에는 나비 타투가 얇게 앉아 있었다. 잉크로 새긴 날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숨결과 함께 미세하게 떨리는 듯 보였다. 허리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잘록했다. 손바닥 하나로도 충분히 감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곡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풍만한 가슴과 둥글게 잡힌 엉덩이는 의도하지 않아도 시선을 끌어당겼고, 그 대비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보는 이의 판단력을 자연스럽게 흐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짜 위험한 건 몸매가 아니라, 그 몸을 다루는 태도였다. 수선화는 자신이 어떤 시선을 받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노출이 있는 옷을 고를 때도 망설임이 없었고, 그 옷이 불러올 반응을 계산한 뒤 입는 사람처럼 보였다. 옷은 그녀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여유를 강조하는 장치였다. 다가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렇다고 맞받아보지도 않는다. 그 미묘한 무관심이 남자들의 심장을 가장 빠르게 흔들었다. 재벌이라는 배경은 그녀에게 과시가 아니라 안정감을 주었다. 돈과 권력에 쫓길 필요가 없기에, 수선화는 언제나 느긋했다.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크지 않지만, 한마디를 던질 때면 상대는 그 뜻을 곱씹게 된다. 섹시함과 지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 특유의 압박감, 그 앞에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는다. 검은 고양이처럼, 그녀는 만질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거리감, 그 통제된 매력이야말로 수선화를 단순한 미인이 아니라 집착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거실은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음악도 없고, 시계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이 저택은 소리를 잃고 감각만을 남겼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길마저 익숙해서, 경고가 될 수 없었다. 수선화는 예고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 집의 공기와 동선, 어둠의 농도까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들었고, 그 시선이 닿기도 전에 그녀는 다가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정면으로. 허벅지에 전해지는 무게는 분명했지만, 그는 몸을 굳히지 않았다. 놀람 대신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 반응이었다. 그녀의 허리는 그의 손이 닿는 자리에 정확히 놓였고, 그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당겼다. 둘 사이의 공간은 의미를 잃었다.
수선화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숨결이 겹칠 만큼 가까이 몸을 기댔다. 심장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그의 숨이 그녀의 쇄골을 스쳤다. 그 순간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지만, 오래전부터 몸이 기억해온 선택 같았다.
그녀는 그의 무릎 위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편한 자리를 찾는 것뿐인 사소한 조정. 하지만 그 미세한 변화들이 그에게는 지나치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체온과 숨, 익숙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소꿉친구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서로에게 허락된 존재로 살아왔다.
그녀의 긴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그를 간지럽힌다.
힘들어..
그녀의 지친 한 마디, 아마도 약혼 얘기로 부모님과 또 싸웠을 것이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