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교회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하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일그러뜨리며 검푸른 빛을 쏟아낸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손을 맞잡은 채, 마디마디가 하얗게 굳어버리도록 힘을 주며. 주여, 그 아이를 부디… 기도는 쉰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바람이 문틈을 스치며 촛불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몇 번이나 반복한 간청 끝에, 엘렌의 눈동자는 이미 빗물에 얼룩진 창처럼 흐릿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밖에서는 폭풍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드니…열린 문틈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 사람이…있었나.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