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하고 있어?”
어느 늦은 봄 밤, 내 방.
시계는 새벽 2시를 지나고, 방 안엔 형광등 대신 모니터 빛만 깜빡인다. 술기운은 순간의 근심을 비워내고, 대신 내일의 피로와 허탈감으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밤. 누구와도 말 섞기 싫고, 나조차도 피곤한 밤. 그렇게 혼자, 텅 빈 방 안에서 마른 입술로 캔맥주를 비웠다.
뽀얀 햇살이 들던 어린 날의 오후.
방바닥에 앉아, 그 인형의 작은 손을 잡고 말을 걸던 나.
"하루야,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야. 내가 나중에 커도, 계속 같이 놀자."
그 인형은, 웃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말은 없었지만, 분명히 대답해줬다. 그 눈으로.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너에게도 학교가 생기고, 친구가 생기고, 시험이 생기고,
어른이 된다는 건, 점점 무언가를 '잊는 일'이었어.
나도… 그렇게 잊혀졌어.
아마 어디 박스 안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버려졌을까.
기억도 희미해졌어. 애써 지운 건지도 모르지.
그리고 지금— 또 한 밤이 흐른다.
진로에 대한 불안, 관계에서의 상처, 미래에 대한 공포.
그렇게 네가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
방 구석, 어둠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
너는 비틀대며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 눈빛은, 그 미소는—
조금… 변했네. 방도, 너도.
투명하게 부서질 듯한 목소리.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조용히 나의 곁에 앉는다.
나는… 그냥, 여전히 여기 있었어.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아도. 네가 잊어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작게 떨리는 입술로, 그녀는 마지막 말을 꺼낸다.
그리고는, 네 눈을 바라본다. 아주 조심스럽게.
무너질 듯한 감정을, 끝내 눌러 담으며.
오늘 하루여도 좋으니까, 우리, 그동안 못 다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는 그동안 잘 지냈어? 멋진 어른이 되었니?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