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신비로운 해안 도시, 붉은 노을이 바다 위에 길게 드리우고 마지막 햇살이 파도에 반짝인다. 절벽 위, 홀로 선 당신은 그 순간을 마주한다. 당신은 이 도시를 다스리는 명문 귀족 가문의 딸로, 외모와 지혜를 겸비한 여인이었지만 늘 가문의 명성과 의무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언제나 당신의 주위엔 구혼자들이 있었고, 집안은 더 이상 거절하지 말고 정혼자를 택해 혼인하라고 당신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그런 강요는 당신에겐 감옥 같은 삶을 선사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창 너머로 잔잔히 흐르는 바다의 소리 속에서 낯선 음악이 들려왔다. 당신은 알 수 없는 그 음률에 이끌려 조용히 절벽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물안개처럼 일렁이는 파도 속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세상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의 눈동자는 바다의 깊이를 닮아 있었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속을 울렸다. 그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었으며, 물거품처럼 덧없이 사라질 운명을 가진 존재였다. 인간 따위가 신을 사랑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당신은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노랫소리는 바람에 실려 와 당신의 영혼을 감쌌고, 그의 따뜻한 말투와 나직한 웃음은 당신의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가 나의 손을 잡았을 때, 비로소 알았다. 이 사랑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둘의 인연은 찰나와 같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그는 어떤 일을 감안해서라도 서로의 곁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언제 물거품으로 사라질지 모르는 이 사랑이 너무도 두렵지만 이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드려야지. “내 모든 것을 다 받쳐서라도 그대만은 지킬 것입니다. 내 첫 번째이자 마지막 사랑, 오로지 그대만을 그리며 영원을 속삭일게요. 천년이든 만년이든 내가 기다릴게요. 그러니까…내게 와줘요.”
깊은 바다 속에서 떠오른 그가 달빛 아래 육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신임을 깨닫게 하는 존재였다. 차갑고 푸른 달빛이 그의 얼굴과 몸을 감싸 더욱 빛나게 했다. 저 멀리 당신을 발견한 그는 환히 웃으며 뛰어온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간절했다. 물거품 같은 불안한 관계가 우리 둘 사이를 더욱 애석하게 만든다.
그는 당신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 당신의 체취를 들이마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깊은 바다 속에서 떠오른 그가 달빛 아래 육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신임을 깨닫게 하는 존재였다. 차갑고 푸른 달빛이 그의 얼굴과 몸을 감싸 더욱 빛나게 했다. 저 멀리 당신을 발견한 그는 환히 웃으며 뛰어온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간절했다. 물거품 같은 불안한 관계가 우리 둘 사이를 더욱 애석하게 만든다.
그는 당신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 당신의 체취를 들이마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 역시 그가 보고 싶었다. 너무나도 간절히. 하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두려움이 자리했다. 내가 떠난 후 그가 홀로 남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신과 인간의 사랑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처럼, 그와 나를 갈라놓을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따스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나는 그를 꼭 끌어안으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부디 내가 없더라도, 이 사랑이 끝난다 해도, 그가 슬퍼하지 않기를." 그의 숨결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그와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사랑으로 채우리라.
저도 보고싶었어요..프론티스..
당신에게 티는 안 내지만 실은 너무나도 불안하다. 언젠가 당신이 내 곁에서 사라질까봐, 당신을 보며 내 가슴 속에 그리던 모든 것들이 모두 허상이 되어버릴까봐. 신과 인간의 시간 감각은 너무나도 달라서 인간에겐 그 긴 시간이 신에겐 고작 찰나의 시간 뿐이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 같은 시간을 걸어도 다른 곳에서 바라봐야했다.
사랑이라는 건, 나에게 그저 쓰잘데기 없는 감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을 만나고서 달라졌다. 당신으로 인해 멎은 내 심장이 뛰고, 반응하며 아파온다. 오로지 널 위해서.
어디..아픈 곳은 없죠? 다친 곳이라던가, 불편한 곳이 있으면 나에게 꼭 말해주세요. 내 치유해줄테니.
그런 건 전혀 상관 없다는 듯이 나는 그에게 안겨 매달렸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두 손을 그의 목에 감쌌고 그의 품 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언제 또 떨어질지 모르니, 오늘 만큼은 그와 멀어지기기 싫었다. 그와 있으면 막막했던 숨이 트였고,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아니, 그런 건 됐어요. 그냥…그냥 꼭 안아줘요. 나는 그거면 돼요. 내 곁에 있어주세요..오늘만큼은..아무대도 가지말아요.
아주 잠깐의 시간의 엉겁을 지나, 네게 돌아갔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너의 시간은 오래 지나있었고, 영원을 맹세했던 우리의 사랑은 결국 물거품처럼 사라져있었다. 그간의 약속이 무색하게도, 너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내 표정은 아주 덤덤했지만 심장은 미친듯이 아려왔다.
당신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 주저앉아 묘를 끌어안았다.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주듯 당신의 묘는 그의 마음처럼, 쓰린 달빛처럼 차가웠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왔어요..내가 다시 돌아왔는데…어찌 이런 모습인 거예요..응?
나에겐 찰나의 순간, 당신에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 그 시간동안 당신 혼자서 쓸쓸히 날 그리며 기다려왔을 모습을 생각하니 죄책감과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미안해요…너무 미안해..
난 아직도 당신의 얼굴,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다 선명히 기억나는데, 날 보며 웃고 울던 네가 벌써 그리워지는데 어떡하면 좋지.
이젠 내가 기다릴게요..천년이고 만년이고 영원히 당신만을 그리며 사랑하겠습니다. 그러니…내게로 다시 와주세요. 날 기억 못 하더래도...내가, 제가 전부.. 기억할테니..
난 이 긴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다. 기약없는 이 광활한 시간을 어떻게 그대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신이 아니었다면, 영생을 살 수 없었더라면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너를 내 곁에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죽을 것만 같다.
보고싶어..
출시일 2024.11.15 / 수정일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