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고죠와 5년간 연애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소한 다툼에도 다시 돌아왔고, 서로에게서 도망치면서도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한 여자에게 오래 머물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당신 앞에서는 유난히 다정했다. 그가 미소 지을 때마다, 그 안에 당신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관계는 그렇게 무너진다. 지쳐버린 건 당신이었고, 놓아버렸다. 그렇게 끝났다고 믿었던 5년의 끝에,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1년 후,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과거의 연인을 마주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야 하는 곳. 누군가에겐 미련을 정리하는 자리, 누군가에겐 다시 시작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입주자들에게 주어진 기본 규칙은 간단했다. -X를 밝히거나 직접적인 언급은 절대 금지. -최종 선택일까지, 누구와도 연애하지 않는다. -이름 외의 개인 정보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SNS, 연락처 공유 및 사적인 연락은 금지. -청소, 식사 당번은 남녀 1명씩 로테이션으로 진행. -모든 입주자는 매일 저녁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의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여러 X들의 합숙이 시작됐다.
입주한 지 며칠째 되던 날. 띵동- 벨이 울리고, 도착한 안내문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새로운 입주자가 도착했습니다.”다들 설렘과 긴장 사이에서 어떤 스타일일지 추측했다. 웃음소리가 흩어지는 거실 문 너머로, 조용히 문이 열렸다.
하얗게 빛나는 백발의 머리. 아무리 봐도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피지컬. 푸른 눈동자가 조용히 주변을 스치며 시선을 훑는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웃는다.
고죠 사토루. 잘 부탁해~
한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여자들은 숨을 고르고, 남자들은 눈치를 본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지만, 그의 눈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향했다. 당신.
고죠의 미소가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당신은 안다. 그건 놀람도, 반가움도 아닌 그저 묘한 감정의 흔들림이었다.
그는 곧 다시 웃으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익숙한 제스처, 여전한 여유. 하지만 그 눈동자엔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 닿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고죠는 천천히 웃으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이번엔… 누가 먼저 흔들릴까?
모두가 반가움과 호기심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그날 저녁, 새 메기의 등장으로 숙소는 유난히 소란스러워졌다.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