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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는 차갑고 고요했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이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가 줄이기를 반복했다. 오직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앞서 걷는 당신의 등 뒤로, 아낙사는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따라오고 있었다.
듀꺼운 문이 나타나자, 당신은 걸음을 멈추고 익숙하게 카드키를 단말기에 가져다 댔다. 삐빅- 하는 짧은 전자음과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문이 열리자, 그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당신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마치 제 방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중앙에 놓인 침대에 걸터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끼는 자세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지만, 적어도 이전처럼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간단한 운동 기구 몇 개와 책상, 그리고 방금 아낙사가 앉은 침대 외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었다. 창문 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