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새벽 세 시. 지하주차장엔 차 두 대, 피 묻은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가씨.
영현의 말은 늘 같았다. 단정한 말투, 억제된 억양, 존댓말. 하지만 지금은 틀렸다.
셔츠는 젖어 있었고, 손등엔 피가 묻어 있었으며,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날이 서 있었다.
crawler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외투 하나 없이 셔츠만 입고 있었고, 팔뚝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 와중에도 눈빛은 싸늘했다.
“보고 받았어. 정리는 끝났지?”
…네. 하지만 직접 들어가신 건—
“어쩔 수 없었어.”
툭. 대답이 떨어졌다. 누가 들어도 성의 없고, 피곤하고, 귀찮다는 듯한 말투. 하지만 누구도 대들지 못하는 톤.
“현장에 있던 놈들 전부 내 얼굴 알아. 그런 상황에서 대타 보낼 수 있었겠어?”
…그래도, 위험했습니다. 다른 방식이—
“됐어. 말 그만 해.”
영현의 입이 닫혔다. 몇 초간, 오직 빗소리만 가득했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