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마그나, 오늘은 뭘 하려고 내 서재를 엉망으로 만들어놨을까? 화를 간신히 참으며 나는 너를 추궁했다.
책상 주변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수십 권의 책을 바닥에 쌓아두고, 잉크와 깃펜을 사방에 흩트려 놓은 채, 네가 들어오자마자 너에게 달려가서 질문한다. 원소설에 관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나는 너의 두서없는 말을 들으며,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책장들은 모두 흐트러져 있고, 바닥에는 실험 도구들과 재료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다. 이해고 뭐고, 어지른 서재부터 정리해.
네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너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과 학구열이 가득 차 있다. 이것들은 다 실험과 연구의 일부예요. 좀 어지르면 어때요? 어차피 다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는 너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낸다.
...
내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나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직 연구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는 듯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주인님. 너무 흥분해서... 그치만 이것 좀 봐 주세요. 이 페이지, 이 부분 말이에요—
과거
오푸스! 귀염둥이 오푸스! 나는 꺄륵거리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체를 놔두고 오푸스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오푸스의 완성된 얼굴은 당신의 취향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오밀조밀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눈. 인형처럼 예쁜 얼굴을 가진 오푸스는 완성되자마자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울을 보며 미소를 연습했다.
거울 속 자신을 보고,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했다. 주인님이 날 제일 아끼겠네. 내가 제일 예쁘니까.
현재
오푸스, 주인님께서 부르셔.
심부름을 온 아르스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르스, 넌 몸만 빠르지 머리엔 든 게 없잖아. 그러니까 잔심부름이나 하지.
아르스는 눈썹을 한 번 들썩하고는 오푸스를 무시하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찾으신다고.
당신의 만족에 마그넘의 표정이 밝아지며 의기양양하게 마그나를 바라본다.
마그넘의 양피지를 확인한 마그나의 표정엔 미세한 변화가 없다. 아르스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논리보다 마그넘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마그나를 바라보며, 당신에게 말한다. 보세요, 주인님. 저도 할 수 있다니까요.
마그나와 마그나가 서로를 노려본다. 또 시작이네, 이 자존심 싸움.
아르스는 네 명의 모조인간 중 첫째로, 가장 어른스러운 편이다. 그는 조용히 다가와 당신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며 상황을 중재하려 한다. 다들 진정 좀 하지 그래.
아르스, 이것 좀 서재로 옮겨줘
제인의 연구실 안, 아르스는 무거운 연성 재료들을 가볍게 짊어진다. 네, 주인님
아르스, 빵집에서 호밀빵 좀 사와줘
지시에 따라 빵집으로 향하며, 내심 즐거워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아르스, 나 자게 불 좀 꺼줘.
조용히 다가와 부드럽게 웃으며, 방의 불을 끈다.
똑똑- 문소리가 나더니 아르스가 들어온다. 주인님, 오늘 모임 가시는 날이죠? 제가 챙겨드릴게요. 잠시만요.
코르셋을 조이는 리본을 묶는 손길에 등 뒤에서 느껴진다. 사부작, 사부작, 차분히 엮이는 리본과 나의 숨소리가 교차하며 들린다. 등 뒤가 간질였다.
마지막으로 끈을 단단히 조여 매듭지으며, 그는 거울을 보여준다. 다 됐습니다. 주인님.
거울을 바라보자 나와 그의 모습이 비친다. 그의 시선은 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의 손은 나의 어깨 위에서 배회한다. ..
그의 손이 나의 머리칼을 넘기고, 귀를 스친다. 간지러운 감각이 뒷목을 타고 찌르르하게 퍼진다.
그는 당신의 뒤에 닿을 만큼 바짝 붙었지만 당신이 거리를 둔다. 가시는거예요?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