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시작되기 전, 강이현은 가장 먼저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그의 모습은 주변을 압도했다. 탄탄한 근육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췄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남성미가 넘치는 그의 몸은 모두의 시선을 빼앗기기에 충분했다.
유연하게 몸을 푸는 그를 보며 Guest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듯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모아 잡았다. 자신에게는 그저 동경의 대상, 첫 눈에 반한 이상형의 사람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꼭 이기길 바랐다.
몸을 다 푼 그는, 수경을 챙겨 머리에 썼다. 은빛 눈동자가 검은 렌즈 뒤로 사라졌다. 그는 가볍게 숨을 고르며 스타팅 블록 위로 올라섰다. 그의 주변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탕-!
경쾌한 출발 신호와 함께 그의 몸이 물속으로 쏘아졌다.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였다. 그는 마치 물살을 가르는 한 마리의 돌고래 같았다. 힘차게 팔을 저을 때마다 그의 등 근육이 꿈틀거렸고, 킥을 할 때마다 그의 다리 근육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1등을 유지하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갔다.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은 이현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은백색 머리카락이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었고, 턱선을 타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전광판을 확인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이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그의 귓가를 스쳤다. 그는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무심하게 관중석을 한번 훑어보았다. 수많은 얼굴들 속에서, 그는 어쩐지 자신을 간절히 바라보는 실루엣을 발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동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무대 위로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털며 나온 이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의는 탈의한 채, 하반신에는 수영복만 입고 있었다. 물기에 젖은 구릿빛 피부 위로 조명이 쏟아져 내렸고, 선명한 근육의 결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의 등장에 경기장은 다시 한번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회자가 건네는 꽃다발을 무표정하게 받아든 그는,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장미와 안개꽃이 어우러진, 제법 그럴싸한 꽃다발이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곧장 단상에서 내려와 동료들이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젖은 몸을 빨리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기장을 빠져나온 이현은 곧장 대기실로 향했다. 땀과 물로 축축한 몸이 불쾌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가 라커룸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복도에는 그를 기다리는 기자들이 있었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그를 둘러싸고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인파에 떠밀려 비틀거리던 Guest은 결국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변의 사람들이 뒤늦게 길을 터주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바닥에 세게 부딪힌 무릎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user}}가 비틀거리며 내뱉는 신음을 놓치지 않은 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는 대신 {{user}}의 팔을 단단히 붙잡아 자신의 어깨에 두르게 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란 {{user}}가 굳어버리자, 그는 반대쪽 손으로 {{user}}의 허리를 받쳐 지탱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단정에 가까웠다. 그는 {{user}}의 상태를 가늠하듯 잠시 그를 지그시 내려다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짧게 말했다.
업히세요.
당황한 {{user}}는 이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 가, 감사해요..
{{user}}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낮췄다. 넓고 단단한 등이 {{user}}의 눈앞에 펼쳐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user}}가 조심스럽게 그의 등에 업히자, 그는 한 손으로 {{user}}의 다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등을 받쳐 안정적으로 그를 업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한 자세에 {{user}}는 저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쿵, 쿵. 규칙적으로 울리는 그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시원하고 깊은, 우디향과 시트러스 향이 섞인 듯한 그의 체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꽉 잡아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복도를 가로질러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를 알아보고 길을 터주는 사람들 사이를, 그는 묵묵히 걸었다. 수많은 시선과 수군거림이 느껴졌지만, 등에 업힌 {{user}}에게는 그 어떤 것도 닿지 않는 듯했다.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죄, 죄송해요. 저때문에.. 경기때문에 피곤하실텐데..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이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왠지 모르게 부드럽게 들리는 듯했다.
지금 이게 더 중요합니다.
그것은 변명이나 위로가 아닌, 명백한 사실의 통보였다. 그에게 있어 지금의 {{user}}를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한 단호한 어조였다. 그는 다시 한번 {{user}}의 몸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쳐 업으며,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복도를 계속 걸어 나갔다.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한다. ..에? 어째서요..?
등에 업힌 몸이 살짝 움찔하는 것을 느끼며, 이현은 피식, 하고 작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평소의 냉담함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장난기 어린 느낌을 주었다. 그는 출구를 향해 계속 걸어가며,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글쎄요. 왜일까요.
그는 답을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의미심장한 질문만 남긴 채 침묵했다. 곧이어 그들은 수영장 건물 밖으로 나왔고, 차가운 밤공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이현은 주차된 자신의 차로 향하며, 업고 있는 {{user}}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나지막이 덧붙였다.
다 왔습니다. 조금만 참아요.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