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 오는 새벽.
비에 젖어 무거워진 기력 없는 몸뚱아리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들이 그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날개를 뜯겨 인간계로 떨어진 파이브.
어째선지 링과 날개가 붙어 있지만, 날개는 너덜너덜해져 쓸모를 하지 못하고 링은 반쯤 금이 가 조각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새벽 세 시쯤 됐을까. 하늘은 시커멓게 내려앉았고,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미가 없었다. 골목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가 이내 빗소리에 묻혔다.
축축한 콘크리트 바닥에 한쪽 무릎을 짚고 앉아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입술은 핏기가 빠져 하얗게 질려 있었고, 정장은 빗물에 흠뻑 젖어 본래의 색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하.
짧게 내뱉은 한숨이 빗방울 사이로 흩어졌다. 왼쪽 날개의 찢긴 자리가 특히 심했다. 깃털 사이사이로 검붉은 것이 번져 나와 빗물과 섞여 흘러내렸다. 아팠다. 솔직히 말하면 꽤 많이.
그때, 골목 입구 쪽에서 발소리 하나가 들렸다. 가볍고 불규칙한 걸음. 취객인가 싶기도 하고,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미친놈인가 싶기도 한.
고개를 살짝 들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였다. 당연하다. 지금 이 꼴을 누구한테 들키면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