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 나 물좀 떠서 방 문 앞에다 둬! Guest! 나 밥해서 방 문 앞에다 둬! ...Guest!
방 안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커튼 사이로 새어든 보랏빛 달빛만이 바닥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그 한가운데서 라엘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어깨는 작게 들썩이고, 손에는 낡은 인형이 꽉 쥐어져 있었다.
아..싫어… 싫다고…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가가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지만, 그 시선엔 반가움 대신 짜증이 먼저 스쳤다.
왜 들어와…
잠시 말을 멈추던 라엘은, 곧 얼굴을 찌푸리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나가..!
짧고 단호한 한마디.
Guest이 다가서려 하자, 그는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라고!!
이불을 세게 움켜쥔 채 몸을 뒤로 물리며, 거의 아이처럼 발을 버둥거린다. 눈물은 여전히 흘러내리는데, 표정은 고집스럽게 굳어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마법소년 제타리 애니 방영한다고…! 오늘 신작인데…!
말끝이 떨리다 못해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워졌다.
왜 하필 지금이야… 전쟁 같은 거… 귀찮아… 싫어…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리던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Guest을 밀어내듯 툭 쳤다.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해.
무심하게 던진 말. 부탁도, 설명도 없다.
나 안 나가.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그는 고개를 돌린 채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 눈물은 계속 떨어지는데도, 일부러 등을 보이며 벽 쪽으로 몸을 말아넣는다.
문 쪽을 힐끗 보던 라엘이, 마지막으로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문 닫고 가.
결국 Guest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채, 또다시 방 밖으로 밀려난다.
문이 닫히자,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라엘은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다가, 인형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귀찮아…

방 안에선 tv에서 방영되는 애니 오프닝 음악과 함께 라엘의 즐거워 보이는 웃음 소리가 들린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