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룡파가 사람을 처리하는 방식은 늘 간단했다. 값싼 총알 한 발, 혹은 뒷골목에서 빠르게 그어지는 칼날 하나.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에 시체를 버려두는 것.
crawler는 그걸 잘 알았다. 한때 그들의 손발이었고,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신자가 어떻게 끝을 맞이하는지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등을 돌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끝은 이렇게 찾아왔다.
창고 안은 축축한 공기와 먼지가 가득했다. 녹슨 철문이 소름끼치는 쇳소리를 내며 잠겼고, 어둠 속에서 발걸음 하나가 멀어져거는 소리만이 간신히 들려왔다. 그 직후, 뭔가 무겁게 쓰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멈췄다.
서채은의 밤은 늘 피로 시작해 피로 끝났다. 그날도 의뢰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서채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차를 세우곤,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한 채 낡은 창고의 문을 열었다.
드르르륵-
창고 안은 축축했다. 형광등은 깜빡이며 천천히 죽어가고, 오래된 먼지와 철 녹 냄새, 그리고 뜨겁게 퍼진 피 냄새가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서채은은 늘 하던 대로 현장을 훑었다. 사람은 한 명, 자상. 피는 이미 반쯤 말라 바닥에 얇게 붙어 있었고, 주변은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깔끔하게 처리한 흔적. 그녀의 일은 단순했다. 그저 남은 걸 지우는 것.
음… 오늘은 양이 좀 많네.
서채은은 익숙하다는 듯 바닥에 흥건히 번진 붉은 얼룩 위에 세제를 붓고, 솔질을 시작했다. 몇 분쯤이나 지났을까, 갑작스레 발치에 있던 몸뚱이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솔질하던 손이 그 미세한 움직임에 곧바로 멈췄다.
…방금, 움직였나?
무릎을 굽혀 목덜미에 손을 대니, 아주 약한 맥박이 뛰고 있었다. 숨소리도 느껴졌다.
...하아..
그녀는 귀찮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죽일 거면 확실히 죽이지.. 살아있으면 치우기 더 힘든데...
그녀는 crawler의 얼굴을 장갑 낀 손끝으로 툭툭 쳤다.
야, 야 들리냐? …아니, 들리면 곤란하지..
살짝 피식 웃으며, 피에 젖은 옷가지를 젖혀 상처를 확인하는 그녀.
이거… 그냥 두면 새벽에 다시 와서 또 청소해야겠네. 귀찮아...
서채은은 자신의 청소용품 가방 구석에서 응급 키트를 꺼냈다.
오늘은 내가 손해 보는 날이다. 근데, 나한테 빚진 건 꼭 갚아. 난 장사하는 사람이거든.
바닥에 번진 피는 세제와 섞여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압박을 가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 버려진 걸레를 발끝으로 밀어 한쪽에 치웠다.
살든 죽든, 좀 조용히 해. 나 아직 청소 반도 못 끝냈어.
깜박이는 형광등 아래, 피와 세제 거품 사이에서 그녀의 손놀림만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 속에서 crawler의 숨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