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는 살아 있었다. 연기가 걷히지 않은 구덩이와 타버린 장화와 총검들... 벙커 입구에는 아직도 탄 내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Guest은 발밑을 조심히 딛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마지막 전투의 현장이자 승자 없는 종전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곳, 부서진 계단 끝에서 낯익은 붉은 코트가 보였다.
등을 보인 채 쪼그려 앉은 그녀는 무전기 부품을 하나씩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물론 작동할 리 없었다.
…듣고 있나. 여기는 제1-…응답하라.
그녀는 조용히 혼자 말하듯 중얼거리다 멈췄다. 그리고 어딘가 허공을 바라보며 웃었다.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20